[2016*10]휴가

by Rang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같은 삶을 살았다. 가끔은 지겨웠고 가끔은 감사했다. 그렇게 휴가가 왔다.


휴가때 액티브한 무언가를 해도 좋겠지만 최근 3년간은 그냥 아무생각 없이 사는게 좋아서 제주도를 찾게 되었다. 이번이 다섯번째 제주도였다. 처음에는 이곳저곳 보는게 욕심이 생겨 일찍부터 일어나 서둘렀지만 한두번 다녀온 이후부터는 오히려 제주도를 더 잘 즐기게 되는 것 같다. 휴대전화로 맛집을 검색하거나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지 않는다. 그냥 묵었던 숙소 사장님이나 찾아간 관광지 지역민들에게 물어물어 식사를 한다. 맛집을 찾느라 휴대전화에 코빠트리는 동안 놓치는게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맛이 거기서 거기같다. 내 입맛은 워낙 융통성이 있어서.


제주도의 밤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오고 서울보다 세배는 캄캄하다. 겨울이라 그런지 일곱시만 되도 새벽 한시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저녁엔 딱히 관광을 할 수가 없어 심야영화를 보러간다. 지금은 비수기여서인지 시내 영화관에 갔는데, 그 큰 관에 달랑 우리 둘이었다. 신기해라.


2박3일의 짧은 시간동안 잘 자고, 잘 먹고, 영화도 보고, 책도 한권 읽었다. 그 사이에 기억하고싶은 곳들 사진도 찍었다. 꽤 만족스러웠고 돌아가면 다시 퐈이팅해야지. 라는 자기최면과 함께 돌아가기 싫다는 투정도 부렸다.


그리고 오늘. 투정은 현실이 되었다. 몇 년 만의 폭설이다. 오후 비행기는 모두 결항이 되었다. 하루의 휴가가 더 생겼다. 투정은 잠시 이제는 걱정이 앞선다.

'나 월요일에 출근 할 수 있는걸까'

사람의 간사함이란.


이렇게 또 하루가 간다.

발이 푹푹. 발목보다 조금 위까지 쌓였다.

내 생애 이렇게 많은 눈은 처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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