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4] 겨울

by Rang

예전, 아주 예전에 내 직업이 화이트칼라의 상징이며 이 시대 갑의 표상으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점점 반대가 되어가는 현실을 본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고객들이 찾아오던 시대는 지났다. 나는 오늘도 이익을 창출하고 고객을 유치하며 회사에 보탬이 될 만한, 즉 월급을 받기에 마땅한 직원이 되기 위해 퇴근 후 밖으로 나간다.


근 십년 전, 입사할 때 우리는 미래금융에 대해 논의하곤 했다. 빅데이터라는 단어를 그때 당시엔 알지 못했고 그저 정보화와 자동화를 통해 사람인 직원보다 더 똑똑하고 능숙한 컴퓨터가 지배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이야기와 향후 없어질 직업 중 10위안에 있는 업종에 제발로 찾아온 동기들을 위로하며 '나중에 짤리면 같이 호프집을 내자' '그럼 나 그 옆에서 사진찍어주고 그림그려주고 막 그런거 해도 돼?' 뭐 이런 시시껄렁한 농담을 했던 기억이 난다. 아주 먼 이야기라 생각했고 만화같은 이야기라 생각했을 미래였는데 어느새 성큼 코 앞까지 다가왔다.


회사 밖 세상은 녹록치 않다. 회사 내 생활도 치열한 전쟁터라 생각했는데 그건 오산이었다는 걸 깨닫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회사 내에서 경제를 전망하고 조언을 하고 방향을 제시하던 모습은 밖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 난 그저 귀찮은 잡상인 정도로 취급받는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하긴, 나 뭐 그리 잘난 사람도 아닌데.'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열이 받기도 한다. 방금 '안녕하세요~ 저는' 이라고 이야기하며 다가갔던 사람이 '안녕 못한데요' 라고 대꾸하며 비웃던 모습이 미웠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녀가 고등학생 쯤 되어 보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이고 수치화 된 분석력이 중요한건 사실이다. 하지만 금융에는 분명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만원짜리 한 장에 담긴 각각의 사연들은 돈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한 시작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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