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마지막을 보내며 가슴속 사표를 집어던지는 희망찬 망상을 했다. 사실 이제 사표를 "집어던지는' 시대는 갔다. 사표마져도 책상앞에 앉아 키보드를 토닥토닥 달래가며 제출하면 되니까. 잘 써내려간 사표를 위에서 밑으로 집어던지는게 속이 시원할지 돌돌말아 구겨던져야 속이 시원할지 혹은 종이비행기를 접어 대장에게 쉬잉 날려야 좋을지를 고민할 필요가 없어진 재미없는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일주일간, 아니 2월 한달간 15번의 야근과 3번의 점심을 걸렀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 아닌 일해서 살고 먹어야 한다는 현실이 된 것 같았다. 하필 점심을 거른 날은 아침에도 밥 대신 잠을 택한 탓에 일일 한끼 강제 다이어트를 하게 되었던건 성과일까.
화요일 저녁이던가. 다른 팀 사람의 연락이 왔다.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했다. 경력 15년중 남은건 퇴직금이라며 쓸쓸히 웃었다. '이걸로 우리집 방 하나는 내것이 될 수 있게 됐다' 는 그녀에게 희망같은건 사실 보이지 않았다. 다만 당장의 평안이 느껴져 다행이라 생각했다.
나는 지금 인생의 어디쯤일까. 장그래는 아닐테고, 김동식대리 정도 되려나. 그럼 난 김대리처럼 일잘하고 좋은 선배이려나. 여러가지 생각이 스친다.
버티는것의 경이로움을 생각하게 되는 시점이다. 인생은 취하는게 아니라 버티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을 수 없는 의문 하나는 '그래서, 행복하니' 라는 답없는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