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7]습관

by Rang

초등학교 저학년때 학교에서 입속 세포에 대해 배운 적이 있었다. 면봉으로 입안 볼 안쪽벽을 슬쩍 긁어내어 딸려나온 조직(?)을 관찰하는 실험 비슷한 걸 했었는데, 마치 내 자신이 과학자가 된 것 같아 굉장히 들떠있었던 기억이 또렷하다. 약간 차가운 과학실 온도부터 시큼한 약품냄새, 그리고 칠이 군데군데 벗겨진 책상까지.


그때부터였다. 나에게 뗄 수 없는 습관이 생겼다. 면봉으로 슬쩍 긁어낸 입 속 느낌이 까실까실했고, 그 느낌이 싫어 어금니와 송곳니로 오독오독 떼어내기 시작했다. 분명 까실까실한 느낌이 싫어 떼어내기 시작했는데 그날부터 지금까지 난 입속 살을 물어뜯는 버릇에 시달리고 있다. 이젠 그 오독오독 뭔가 떨어지는 느낌이 좋아 계속 뜯어먹고 있다.


친한 지인들은 제발 그 버릇좀 고칠수 없겠느냐고 성화다. 하지만 벌써 근 30년을 함께해 온 버릇을 하루아침에 고치기란 쉽지가 않다. 약간 심리적인 부분도 있어서 긴장하거나 집중하면 강도가 심해진다. 오죽하면 k가 그런 내 모습을 몰래 촬영해서 보여주기까지 했는데, 고치기 쉽지 않다. (내 모습을 본 건 적잖은 충격이긴 했다.) 누군가는 틱이 아니냐고 병원에 가야한다고 했고 누군가는 내 그런모습이 낙타같다며 낙타사진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구강암의 위험이 있다는 의학적 접근으로 겁을 준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언제든 멈추고 싶을때 멈출수 있다는 점에서 틱보다는 강박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 구강암은 사실 좀 무서웠다.


고치지 못하는 습관. 그리고 결단하지 못하는 패턴들 사이에 알 수 없는 연관성이 보이는건 기분탓일까. 에라이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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