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그러니까 왜 다른데서는 다 되는 일을 꼭 이 회사에서만 이렇게 빡빡하게 굴어야 하는 이유가 뭐냐구요"
아침부터 언성이 높아졌다. 업무상 4곳의 금리를 비교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알아봐야 할 곳은 총 4곳이었고, 그중에는 소위 메이저급 기관이 2곳, 그보다 조금 작은 기관이 2곳이었다. 단순한 금리 및 기간, 수수료 등에 대한 문의였고 나의 예상처럼 세곳은 나의 니즈에 맞는 답을 척척 내주었다. 게다가 친절하기까지 했다.
마지막 회사에 전화를 했다. 단순 금리 문의였음에도 불구하고 본인확인부터 꽤 많은 부분을 물었다. 아침부터 분주했던 나는 나도 모르게 전화기 너머 직원에게 한탄섞인 한숨으로 이야기했다.
"아니, 정말 이해가 안돼서 그럽니다. 지금 제가 처음으로 전화를 드리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왜 유독 여기만 이렇게 까다로운지 알수가 없습니다."
물론 글로 쓰는 것과 달리, 말투에는 약간의 짜증이 섞여 있었겠지. 그리고 왜 너희만 되지 않느냐는 말 속에 그러니까 그냥 해 줘라, 라는 강압도 들렸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 때, 수화기 넘어로 작은 한숨이 들렸다. 이윽고 직원이 이야기했다.
"죄송합니다. 규정상 저희도 해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습니다. 규정이야 회사마다 다를 수 있지 않습니까. 불편을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아, 순간 굉장히 미안해졌다. 사실 이 상황에 직원이 죄송하다 사과할 일은 아니었을텐데. 감정노동자에게도 인권은 있어야 한다며 모임때마다 토론에 앞장서는 나도 별 수 없는 인간이었구나. 배려한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배려속에 위선이 더 많지 않았을까. 라는 자괴감도 들었다. 사실 대면하여 얼굴을 맞대는 직업보다 전화를 통한 응대가 더 감정 소모가 심할텐데. 짧은 순간이었지만 괜히 갑질아닌 갑질을 하게 된 것 같아 미안했다.
"아, 아닙니다. 직원분이 사과할 일은 아니시죠. 감정을 상하게 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그냥 단지 바로 문제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화가 났을 뿐입니다. 저도 죄송했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다음 내 응대는 달랐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수고하세요."
왜였을까. 마음과 다른 말을 뱉은 건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진심을 담는다는 건 이래서 어려운 걸까. 많은 생각이 스쳤다. 하, 내가 오늘의 진상이겠구나. 차라리 점심시간에 욕한번 시원하게 하고 잊으시길.
마음 한켠이 죄송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