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당번이었다. 평소보다 삼십분 일찍 출근해서 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사무실 안 공기가 차가웠다. 평소같으면 수많은 대화와 쉴새없이 돌아가는 복사기소리, 기계소리 등등으로 꽉 차 있을 공간에 왠지 나 혼자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다.
하루에도 열두시간씩, 아니 어쩌면 그 이상 앉아있는 내 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다섯평 남짓 되는 방 안. 약간 주홍빛이 도는 아늑한 조명과 일년간 함께 살아온 스투키 시멘트 화분 하나가 꽤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며칠 전, 큰 송금건이 있었다. 꽤 많은 서류들이 필요한 송금건이었는데, 중요한 서류 한 장이 누락되었다. 그래서 서류 구비 후 재 내점을 부탁드렸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야이씨, 너 이거 하나도 제대로 못챙겨?'
순간 직원의 입장에서 굉장히 화가 났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당연한것'의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야'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않는 조직, 명령보다는 회유하는 조직. 적어도 최소한의 인격이 지켜지는 조직. 사실 좋은 부분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것을 잊고 불평속에 살았던 것은 아닌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이면에는 많은 사람들의 배려와 예의가 차곡차곡 쌓여왔기 때문이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중, 누군가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왠지모를 짠한 애사심과 함께 기분좋은 아침을 위해 씩 웃으며 인사를 했다. 대장이었다. 멋쩍게 인사를 받은 그가 이야기했다.
'어 그래 랭대리. 어제 편지 봤지? 오늘 목표 채워야겠더라. 독려좀 해'
에라이! 애사심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