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1] 선택

by Rang

그녀는 나보다 예뻤다. 스펙도 좋았고 인성도 남달랐다. 조금 느리다는 흠이 있었지만 그녀의 성실함과 밝음에 비하면 그쯤의 흠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모두가 불평을 늘어놓을때도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감당했다. 누군가 그녀에게 넌 안힘들어? 라고 물으면 약간 힘없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그리고 그 단어는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모두 그녀가 괜찮을거라고, 잘 버티고 있고 멘탈이 남다르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나도 그냥 그렇게 당연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고맙게도 그녀가 항상 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어줬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잊은채.


어제, 드디어 그녀가 터졌다. 내가 봐 온 걸로 근 3년만이니 꽤 많이 참다 터져버린거다. 계속되는 압박과 업무의 과부하는 그녀를 지치게 했다. 항상 할수있다고 다독이던 모습 속에 얼마나 많은 자기연민과 인내가 있었을지를 생각하니 마음 한 켠이 무거웠다.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던 그녀의 어깨가 왠지 더 무거워 보였다. 마음 무겁게 퇴근하려던 무렵, 선배가 날 불렀다.


"우리가 좀 더 하자. 상황이 이런데 도와가면서 해야지. 많이 지쳤을꺼야. 너도 힘들겠지만 도와줘"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타이밍의 차이, 그걸로 너무 많은게 갈린다. S가 많이 힘들꺼야."


나보다 예쁘고 인성좋은. 그리고 스펙좋은 그녀. 단지 몇 년 먼저 선택하고 입사했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그녀보다 너무 많은걸 누리고 있다. 급여, 복지, 심지어 업무적 대우까지.


엄청난 책임을 느낀다. 아주 복잡한 마음과 함께 하루를 다시 시작한다. 오늘은 내가 좀 더 그녀의 짐을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언제까지일진 몰라도 같이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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