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2] 톤레삽호수

by Rang

너무 더웠다. 덥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더웠다. 습식사우나의 후끈한 습기만큼이나 축축한 날씨는 순간 정신이 멍멍해 질 만큼 사람을 지치게 했다.


츄리닝을 빨아 2층침대 위쪽에 걸어두었었는데, 덥고 습한 날씨 탓에 잘 마르지 않았다. 천으로 된 소재 때문인지 아래로 축 쳐졌던 츄리닝 바지는 급기야 키가 2미터는 될 장신이 입을정도의 길이로 늘어나 버렸다. 침대 2층에 널어둔 바지 끝자락이 바닥에 닿을 정도였으니. 그 바지의 추억은 아직도 두고두고 웃음의 소재가 되어주고 있다.


05년, 캄보디아 깜뽕짬 지역으로 봉사활동을 갔다. (명칭이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다.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6일간 정말 빡세게 일했다. 일어나 잠자리에 들기까지 열심히. 그리고 돌아오기 전 마지막 이틀, 열명이 조금 넘는 팀원들끼리 관광을 하러 갔다. 여길 가야한다 저길 가야한다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리더가 말했다. "일단 제일 가까운데부터 가자"


그곳은 킬링필드도, 앙코르와트도 아닌 톤레삽 호수였다. 리더의 결정에 몇몇 팀원들은 분개했고 몇몇은 어이를 상실했다. 점심을 먹고 두시쯤 됐을 때였으려나. 어기적 어기적 투어를 시작했다. 출국 전 한국에서 산 캄보디아 회화 책을 이용해서 되도않는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면서.



11년이 지난 지금. 캄보디아라는 나라가 주는 신비로운 이미지는 사라진지 오래다. 그 동안 TV에도 많이 소개됐고, 사람들도 워낙 많이 다녀오기도 했으니. 게다가 톤레삽 호수의 풍경은 몇번의 검색으로 손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새롭지도 않다.


하지만 그때 그 기억속 톤레삽호수는 잊지 못할 색감으로 기억되고 있다. 배를 타고 수상가옥을 죽 지나오다 마지막 종착지에 다다르면 배가 잠시 멈춘다. 그곳엔 지금까지 즐비해 있던 수상가옥이 없다. 깨끗하지 않은 흙탕물 호수와, 노을진 하늘이 만나 같은 색이 되면 마치 붉그스름한 어떤 공간속에 폭 들어간 기분이 든다. 사방에 시야를 방해하는 그 어떤것도 없다. 고요한 시간. 눈을 뜨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적막한 평화로움. 아름다움의 극치다.



-왠지 그날의 분위기와 비슷한 한강변. 당시의 사진은 그 분위기를 담아내지 못했다.



이곳은 최고의 여행기억 부동의 1위로 기록되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순위에는 변함이 없다. 아름다운 파리도, 근사한 뉴욕도 이곳에 비할바가 되지 못했다.


요즘 문득 이곳이 참 그립다.

버틸 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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