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는 조금 특별한 습관이 있었다. 그녀는 모르는게 없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걸 알았다. 이를테면 누군가가 '어제 홍대에서 오랫만에 친구들을 만나 W**펍에서 한잔 했어요' 라고 말하면 말이 끝나기도 전에 ' 어, 거기 나 알아. 맛있어.' 뭐 이런식이랄까.
처음엔 모두 그녀가 많은것을 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한 점이 꽤 많았다. 모든걸 다 아는 그녀는 회의시간만 되면 입을 다물었다. 대장이 '이번 12월은 목표 대비해서 현재 몇% 달성되었지?' 라고 질문했지만 그녀는 묵묵부답이었다. 옆 직원이 '현재 87% 달성중입니다' 라고 이야기하자 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 맞다맞다, 87%' 라고 말했다. 무거운 회의 분위기가 덕분에 좀 누그러졌다. 몇몇의 입가에 웃음이 고였다. 고맙다고 생각해야 하나.
얼마 후, 티타임을 갖는데 대장이 어디서 어마어마한 사실을 알아낸 것 처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랭대리 있잖아, 캥거루 알지? 캥거루. 그 캥거루가 원래 두발로 다니는 짐승이 아니래네?'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맞아요, 걔 원래 두발로 안다녀요'
얼씨구, 앞으로 진행될 상황이 궁금했다. 그리고 물었다. '그래요? 그럼 원래 어떻게 다니는데요?'
대장이 신이 났다. '그게 원래는 네발로 다니다가 진짜 긴급한 상황이 올 때만 두발로 걷는다네? 진짜 웃기지?'
대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0.5초만에 그녀의 답변이 들렸다. '네네 원래 네발로 걸어요 네발. 두발은 급할때만'
팀원 두명이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더이상 웃음을 참지 못한 그들의 표정을 짧은순간 읽었다.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
우울할때면 그날을 생각한다. 뭐 앞으로도 에피소드는 많아지겠지만. 왠지 역대급인 그런 날이 될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그리고 그녀는 그날 이후 별명이 하나 생겼다.
'동물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