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9] 안녕 2016

by Rang

크리스마스가 지났다. 여러모로 심각한 국가 분위기 때문인지, 침체된 경기 때문인지 크리스마스 기분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렇게 한산한 크리스마스라니. 왠지 섭섭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섭섭한 기분을 느끼는 것도 잠시. 취준생의 신분을 벗어나고픈 Y가 보였다. 하반기 공채에 서른개 가까운 탈락을 맛보고 좌절하던 그였다. 그는 만날 때 마다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난 안될껀가봐'


안쓰러운 마음이 가득했다. 뭔가 현실적인 조언을 주고 싶었지만 완벽하게 무언가를 준비하자니 끝도 없었다. (토익과 토스, 그리고 인턴과 대학원, 그리고 그밖에 내가 너와 다른 아주 특별한 어떤 경험.. 스펙이 뭔지) 하지만 그러기엔 내년이 되면 한살 더 먹게 된다는 불안함이 엄습했다. (아니 그렇다고 지금껏 놈팽놈팽 제대로 놀기라도 했다면 억울하지나 않지!!!)


어느 날 그가 진지하게 만남을 요청했다. 다음 상반기에 우리 회사에 지원하고 싶은데 조언을 달라고. 머리가 복잡했다. 그리고 장점과 단점을 차근히 정리했다. 사실 마음같아선 도시락이라도 싸들고 졸졸 쫓아다니며 다시한번 생각해보라고 단점만 2박3일 이야기해주고 싶었지만, 그건 하나도 도움되지 않는 배부른 푸념에 불과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두어시간 이야기하는 동안, 그는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 듯 했다. 좋아하고 잘 하는것을 하고싶지만, 그런 이상만 따라갈 수 없는게 현실이라는 사실에 좌절한 청춘을 보며 십년전 내 모습이 떠올랐다. 아프니까 청춘이고, 도전하라는 여러가지 조언들이 전혀 와닿지 않던 그 시절. 그걸 그도 지금 경험하고 있었다.





볕은 참 좋은데 참 드릅게 춥다.

끝 없이 계속될것만 같은 추운 겨울을 보내고 나면 어김없이 봄이 오듯, 그가 염려했던 모든 일들이 흔적도 없게 되기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016*28]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