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 멋진 사람

by Rang

L부장님은 멋있었다. 항상 에너지가 넘쳤다. 간혹 넘치는 에너지 때문에 피곤해하는 주위 사람들이 있었지만 대체로 그 열정만큼은 모두가 인정했다. 좌절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았다. 항상 입버릇처럼 '이래서 사람은 죽을때까지 배워야해. 이거봐. 오늘 또 하나 배웠잖아.'라고 말하곤 했다. 모르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모르면 알때까지 물어봤다. 그리고 본인이 정확하게 알게 되면, 그걸 꼭 나에게 알려주곤 했다. 어느날 내가 '부장님, 그런데요. 항상 제게 다시 알려주시는 이유가 뭐예요?'라고 물었을 때 이렇게 대답했다. '알려주는게 아니고 내가 다시 복습하는거야.'


L부장님이 멋진 가장 큰 이유는 '그녀'이기 때문이다. 남자들이 득실득실한 보수적인 조직에서 당당하게 실력으로 부장까지 올라간 분이었다. 그녀에게 유리천장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그녀는 묵묵하게 일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일하기 시작하면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시작하는 스타일이었다. 일을 어떤 식으로 진행할껀지, 도와줄 사람은 몇명이 필요한지, 기간은 언제부터 언제까지인지, 이 일을 통해 해내고자 하는 목표는 수치상으로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전 직원을 두고 브리핑했다. 그리고 일이 마무리되면 목표대비 달성 상황까지 보고했다. 항상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던건 아니지만 그녀의 시원시원한 일처리 덕분에 성공이든 실패든 만족스러웠다. 팀 사람 모두는 그녀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일을 알고 있었다. 적극적으로 돕진 못했어도 그녀가 도움을 요청할 때 흔쾌히 도움을 주곤 했다. 그녀가 어떤 식으로 일을 진행할지 알고 있었으므로.


간혹 그녀의 열정에 심통을 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부장님은 그들을 보고 밥그릇을 움켜쥔 치사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녀가 모르는 일을 그들에게 물었을 때 그들은 퉁명스럽게 아주 조금씩 알려주곤 했다. 나였다면 자존심이 상해서라도 더 이상 묻지 않았겠지만 부장님은 달랐다. 그들의 반응이 어땠건, 한번에 알려주지 않건, 계속해서 물었다. 여기서 나는 부장님을 인정했다.


그녀는 핸디캡이 많았다. 여자였고, 화려하게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지 않았다. 술을 못했다. 아이가 셋. 육아휴직을 세번이나 사용한 전적이 있었다. 살랑살랑 애교많은 스타일이 아니었다. 골프를 칠줄 몰랐다. 그림에 있어 문외한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 자리에 있었다. 오로지 실력으로만.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를 지탱한 건 '하고싶은 일'이라는 점이었다. 그녀는 이 일이 너무나 좋다고 했다. 너무 힘들어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입으로 훽 뱉어내려고 할 때 불현듯 행복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고 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내일을 생각하고, 출근을 하면서 하루를 생각하는게 습관이 되었다고 했다. 정말이지 부러웠다.


오랫만에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여전히 활기가 넘치는 그녀. 일 이야기를 하다 여느 어머니들처럼 딸 자랑에 신이 나 있다. 현재 벌여놓은 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조목조목 자신의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며 특유의 자신감을 드러냈다.그녀의 호탕한 웃음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녀의 마지막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 꼭 다시 만나서 같이 일하자. 나 그때가 진짜 재밌었다니까?"

"부장님 일하시면서 재미없던 때도 있었어요?"

"아냐, 진심이야 진심"


문득, 나도 멋있게 살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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