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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ng Oct 23. 2017

15. 수면교육

널 위한 걸까 날 위한 걸까

아기는 작았다. 4kg이 될까 말까. 아직 다리도 너무 얇았다. 한 번도 디뎌보지 않은 발바닥은 주름이 가득했다. 보드라웠다. 몇 번이고 손으로 만져보며 느낌을 기억하려 애썼다. 새근새근 자고 있는 모습이 천사 같아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으앙!!!'

미드미가 깼다. 울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예쁜 아기였다. 하지만, 힘들었다. 아기가 우는 건 당연했다.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매번 우는 아기를 어르고 달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늦은 밤엔 더욱.


첫째 엄마들이 흔히 되풀이하는 코스가 있다. 책-수면교육-인터넷검색-좌절. 나도 같았다. 출산 전 여러 책을 읽었다.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를 프랑스식으로 키워야겠다고 다짐했다. 내 의지만으로 키울 수 있을 거라 굳게 믿으며.


미드미의 생후 30일부터 수면교육에 대해 공부했다. 쉬닥법, 안눕법.. 정독을 했다. 수면교육으로 책을 쓰라면 한 권은 족히 쓸 수 있을 만큼 열심히. 그리고 미드미 생후 52일째 되던 날, 대망의 수면교육을 시작했다. 병아리 수면등을 켰다. 아직 너무 작고 가냘픈 아기를 울릴 재간이 없어 안았다 눕혔다를 반복했다. '미드마, 여기가 네가 자는 곳이야. 자자'를 수백 번 속삭이면서. 잠이 들 것 같으면 내려놓고, 울면 안았다가 또 내려놓고. 정말이지 진땀 빠지는 첫날이었다. 오죽했으면 그날 일기에 이렇게 쓰여있을까.

'오늘은 수면교육을 처음 시도했다. 애가 우는걸 보기엔 내 마음이 너무 무너질 것 같아 안았다 눕혔다를 반복했다. S언니가 준 침대가 없었으면 오늘 아마 허리가 나갔을지도 모르겠다. 잘 자라 우리 아가 앞뜰과 뒷동산에, 새들도 아가양도 다들 자는데... 그다음 가사가 뭔지 내일은 외워서 불러줘야지.'

그리고 수면교육의 첫날, 미드미는 장장 45분 만에 잠이 들었다. 교육의 힘이라기보다 지쳐 쓰러져 잠이 든 것 같다.


미드미가 잠이 들자마자 미드미 옆에 누워 검색에 들어갔다. '수면교육'을 검색하자 어마어마한 후기들이 나왔다. '우리 아기는 이틀 만에 성공했어요!' '수면교육도 잘 따라와 주는 우리 순한 아기' ... 괜히 초조해졌다. 미드미는 수면교육이 이렇게 힘들었는데. 내가 뭘 잘 못하고 있나? 아니면 내가 너무 늦게 시작한 걸까?


다음날, 다다음날.. 계속된 수면교육에 미드미는 어느 정도 적응하기 시작했다. 약 3주쯤 걸렸을까. 미드미는 8시만 되면 침대에 누워 자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게 나 자신에게 뿌듯했다. 굉장한 일을 해낸 것 같았다. 그간의 노력이 이렇게 결실로 맺어지는구나! 싶었다.



그리고 지금. 한참이 지난 지금. 그때를 되돌아본다. 과연 나는 잘 한 것일까? 다시 그때로 돌아가면 똑같이 그렇게 진행할 것인가? 에 대해 확실하게 대답할수 없다. 아기에게 '잠은 누워서 침대에서 자는 것'을 가르친 것은 맞지만, 글쎄. 그렇게까지 혹독했어야 하나 싶기도 하다. 어쩌면 아기에게도 필요한 시간이었을 텐데. 어쩌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례 몸에 익혀졌을지도 모르는데.


아직 수면교육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아기를 키워본, 그리고 수면교육에 완벽하게 성공한 엄마로서 나는 아직도 그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이다. 어쩌면 날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을 수면교육 덕분에 미드미도 잘 자기 시작했다면 고마울 따름이지만.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수면교육의 옳고 그름을 생각하기보다 아기의 기질을 파악하고 아기에게 맞는 게 무엇일지를 고민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과 인터넷의 일반적인 아기에 나의 아기를 맞추기엔 내 아기가 가진 기질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기에. 수면교육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그 이후의 문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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