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내가 아팠음 좋겠다.
'아기들은 6개월 전엔 안 아파요'라는 글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글을 쓴 분에게 말씀드리고 싶다. 6개월 전에도 아플 수 있다고. 미드미는 6개월이 채 되기도 전에 한번 감기를 앓은 적이 있었다. 그 쪼그만 아가가 코가 그렁그렁하게 있던 모습이 어찌나 안쓰러웠던지.
하지만 6개월이 지나자 훨씬 더 자주 아팠다. 꼭 질병이 아니더라도 기어 다니다 무언가를 주어먹기도 하고, 앉아서 흥에 겨워 놀다 뒤로 벌러덩 넘어져 머리를 바닥에 쿵 찍기도 했다. 조용하다 싶으면 화장실 슬리퍼를 꼭 끌어안고 있거나 베란다 바닥에서 뒹굴고 있었다. 매일매일 한건씩은 사건사고가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조리원 친구들이 놀러 왔다. 다들 그동안은 아기가 어려서 외출이 힘들었는데 날씨도 좋아지고 아기들도 크고 하니 서로가 그리웠던 모양이다. 장소를 제공하고 아가들을 기다렸는데 기다리는 동안 나 역시 모임이 기대됐다. 오랜만에 본 아가들은 훌쩍 커서 이미 잡고 걸어 다니기도 했다. 그렇게 반나절쯤 모두가 스트레스를 휙 풀고 돌아갔다.
다음 날, 조리원 친구들이 모인 카톡방이 요란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들어가 보았더니 맙소사. '다들 미안해요, 우리 아기가 수족구였나 봐요. 어젯밤부터 열이 오르더니 손, 발에 물집이 잡혔네요'라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3일 뒤 한 명이 더 발병했고, 그다음 날인 4일 뒤 또 한 명이 발병했다. 이제 미드미만 남았고 난 너무 초조했다. 수시로 미드미의 손 발을 보았고 가끔 옷을 벗겨 몸도 확인했다. 열을 수십 번은 재고 수족구 증상에 대해 찾아보고 또 찾아보았다.
5일째 되던 날 밤, 미드미는 밤새 울었다. 8시에 자면 다음날 9시에 일어나는 아가가 8시에 자기 시작해서 두 시간 간격으로 깨서 울었다. 안아주면 잠깐 잠이 들었다가 내려놓으면 다시 잠들고.. 뜬눈으로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한 나는 다음날 수족구임을 확신하며 병원에 갔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미드미를 진찰하시던 선생님은 '수족구는 아니네요'라고 말했다. '대신, 중이염이네요. 이게 수족구보다 안 좋아요'
중이염? 중이염은 생각지도 못했다. 열도 나지 않았고, 콧물이 많다고 생각되지도 않았는데 중이염이라니. 코감기로 인한 중이염이라고 했고, 진행 중이지만 많이 심하진 않아서 일단 약 처방을 받아 돌아왔다. 그리고 중이염이 될 때까지 몰랐던 엄마라는 사실에 무지 미안했다. 미드미를 꼭 안고 미안하다고 이야기했다.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좋았겠다 싶을 만큼 미드미는 아팠다. 잘 먹지도 못했고 축 쳐져 힘이 없었다. 잠도 많이 못 잔 탓에 짜증도 많이 부렸다.
조리원 친구들도, 미드미도 언제 그랬냐는 듯 잘 나았다. 끝내 수족구에 걸리지 않은 미드미를 보며 친구들은 우스갯소리로 미드미 혼자 몰래 좋은 거 먹이냐며 공유해 달라고 웃었다. 덕분에 수족구도, 중이염도 처음으로 알게 됐지만 가능하면 모르고 지나갔으면 한다. 아기가 아픈 건 몸도 마음도 너무나 힘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