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 이해

by Rang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내가 널 이해해'라고 이야기 하는 것 역시 조심해야 할 부분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사람이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내점했다. 사실 내 자리는 안쪽이고 특정업무만 담당하고 있어 창구에 나갈 일이 많지 않지만, 성격상 또 이렇게 바쁜 와중에 나몰라라 할 수 없어 모든 짐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빈 자리에 앉아 마치 옛날 한글과컴퓨터의 산성비게임을 하듯 최선을 다해 내점한 고객들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20분쯤 지났을까. 내 앞에 여섯번째 고객이 왔다. 월초이고 점심시간이라 평소보다 업무가 늦어지는 것에 대한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과, 하지만 실수없이 당신의 업무를 돕겠다는 생각으로 양해를 구하고 시작하려는 찰나, 그 고객이 말했다.


'아니, 이게 지금 뭐하는거예요? 장난해요? 사람을 이렇게 기다리게 해도 되는거예요? 나 참 기가막혀서. 대체 뭐하자는거야?'


순간 억울했고 두가지의 생각이 머리속에 스쳐 지나갔다. 첫째,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지금 혼자 미친사람마냥, 바쁘지만 성질한번 내지않고 응대중이지않나, 사실 당신을 기다리게 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내 옆, 저 느려터진 직원 때문이잖아요! 라는 원망과 둘째, 언제나 그렇듯 몇몇 사람들이 감정노동자에게 대하는 감정섞인 갑질에 대한 분노였다. 화가 난 사건 A에 대한 분노를 표출할 때, A라는 사건 이외에도 자신의 감정에 대한 보상을 위해 타인의 감정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쏘아대는 그 분노에 대한 씁쓸함이랄까.


하지만 예전부터 그래왔듯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였다.

'죄송합니다..많이 기다리셨죠. 얼른 도와드릴께요, 정말 죄송합니다.'


순간 울컥했다.

'오늘 참 바쁜날인데 고생하시네요, 그래도 많이 기다리니 힘들긴 합니다만' 이런 과도한 친절이나 배려, 이해를 기대한건 아니지만 정초부터 미간에 주름잡힌 신경질적인 목소리를 듣고싶진 않았는데. 그리고 바글바글 스무명남짓 되어보이는 사람들속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죄송하다고 이야기하고싶진 않았는데.


돌아서며 감정이 풀린 듯, 만족한듯 돌아서는 고객을 보며 불편함과 울컥함을 느꼈다. 물론 그 사람의 감정도 편하지만은 않았을꺼라 생각하면서 이해하려 애쓰는 중이다.



수고했어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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