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만 되면 배가 고파서

by 난화

<엄마, 뭐 먹을 거 없어?>


저녁밥은 진작 먹었고, 밤 8시나 9시쯤 되면 속이 출출해진다. 엄마는 곧 잘 시간이라고 하면서도 몸을 일으켜 부엌으로 향한다. 순식간에 고소한 기름 냄새가 집안 가득 퍼진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에 따라 파전, 김치전, 애호박전, 배추전 등이 접시에 담겨 나온다. 혼자서 두터운 전 한 두장쯤은 거뜬히 먹어치운다. 어느 때는 냉동실에 얼려 놓은 만두를 꺼내어 찌거나 고추장을 풀어 떡과 어묵을 넣은 국물 자작한 떡볶이를 해오고, 감자를 푹푹 쪄서 소금과 함께 내오기도 한다.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지던 어린 남매를 위해 엄마는 타박도 않고 밤마다 간식을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밤이면 밤마다 볼록한 배로 잠든 역사가 너무 길었다. 그릇에 머리를 박고 동생과 기싸움을 하며 엄마의 음식을 먹어대던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성장기가 한참 지난 이후에도 야식 먹방은 이어졌다. 아무리 잔뜩 먹고 자도 다음 날 살살 배를 문질러 가스를 빼고 나면 소화가 다 되던 10대, 20대에는 문제 될 게 없었다. 흐읍 하고 숨을 참으면 배가 들어가니까 55 사이즈의 스커트를 충분히 입을 수 있었다.


<많이 먹지도 않는데 왜 이렇게 살이 찌지?>


아마 저 질문에 대한 답을 나와 우리 식구들 말고는 다들 알고 있었을 것이다. 밤이면 밤마다 그렇게 먹어대는데 어떻게 살이 안 찐단 말인가. 그러나 어릴 때부터 내게 야식은 자연스러운 식사 문화(?)였다. 밤에 먹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고, 어디서 주워 들었어도 내 몸에 별 타격을 주지 않으니 상관없다고 여겼던 것 같다.


30대를 넘어 40대로 진입하고 나니 위기가 확 찾아왔다. 낮에는 도토리 까먹는 다람쥐처럼 야금야금 적게 먹지만, 막상 밤 9시나 10시에 식욕이 폭발해서 치킨을 시켜 먹질 않나, 치즈 핫도그에 머스터드 소스 뿌려서 해치우질 않나, 어설픈 간식보다 밥이 낫다며 계란프라이 밥에 얹어서 오이김치랑 먹지를 않나... 날마다 잔치였다. 그래놓고 밤새 속이 불편해 뒤척이고, 아침에는 가스가 차서 고생하고, 늘어지는 뱃살을 부여잡으며, "아, 먹은 것도 없는데 왜 이러지" 했던 것이다.


낮에는 일에 치이고, 사람에 시달리고, 저녁에는 쌓인 집안일 하고, 애들이랑 씨름하고, 그렇게 고군분투하다 하루의 모든 것을 뒤로할 수 있는 시간이 밤 10시쯤이다. 자기는 아깝고, 놀자니 입이 심심하고, 오랜 세월 야식으로 위장을 가득 채워온 탓에 공복을 견디기가 어렵다.


아, 밤에는 왜 이렇게 놀고 싶고 먹고 싶고 그럴까! 유튜브로 홈트 영상이랑 귀하신 몸 건강 영상을 보면서 과자를 우적거리는 나 자신, 언제 철들래? (그래도 무가당 옥수수칩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