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아주 어릴 적부터
남들의 시선에 갇혀 살아왔던 것 같다.
'왜 남들 다 하는데 너는 못하니',
'붙임성 있게 좀 해야지',
'인사를 예쁘게 해야 된다',
'어디 어른들 말에 함부로 끼여들어',
뭘 어째라 저째라하는 하나부터 열까지
어떤 틀 안에 가두는 잔소리 같은 것들 말이다.
특별히 누구에게인지도 모르게
모든 남들을 의식하며 행동하게 됐던 것 같다.
그리고...
인생 첫 외국에서의 삶을 사는 나는 여기서 새로운 광경들을 목격하게 된다.
독일어 수업시간에 발표를 하라고 하면
너도 나도 손을 들고 발표를 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근데 막상 발표 내용을 들어보면 틀린 답이 더 많다.
맞고 틀리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일단 손부터 들고 자신의 의견을 말해보는 것이다.
소심하게 뒤로 빼거나 하는 일을 거의 본 적이 없다.
70프로쯤 알고 있어도 30프로의 불확실함 때문에
손들기를 주저했던 나를 돌아보게 됐다.
또 한국처럼 어른들에게 해야하는 존댓말 개념도
달라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동등한 말로 대화한다.
누군가 나를 어떻게 볼까 의식하지 않고
자기를 더 먼저 생각하고
남들의 시선으로부터 뭔가 자유로운 느낌을 받는다.
옷 입는 것,
감정을 표현하는 제스처,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다 그렇다.
남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정해진 규칙 같은 건 없는 것 같다.
하물며 어른을 보면 먼저 인사해야지.
이런것도 전혀 없다.
버릇없어 보일까봐, 혹은 예의없게 느낄까봐
아이들에게 굳이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아이들은 조금 크면 알아서 모르는 사람에게 조차
간단한 인사를 하고 지나간다.
제 스스로 마음에 우러나와서 때되면 하겠지.
이런 마음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최근 아이들 유치원에
엄마+엄마와 함께 사는 아이들 혹은
아빠+아빠와 함께 사는 아이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처음엔 아이가 천진하게 이런 저런 질문을 하는데
아직 나에겐 익숙하진 않은 문화라 어떻게 아이들에게
지혜롭게 다양성에 대해
얘기를 해줘야 할까 진지하게 고민이 됐다.
하지만 그냥 쉽게, 자연스럽게
세상엔 다양한 형태의 사람들, 가족들이
어우러져 산다는 것을
차차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다.
아마도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게 될 세상은
우리 부모 세대 보다도 훨씬 더 넓은 차원의
이해와 다양한 문화가 펼쳐질 것 같다.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틀에 갇힌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야할 것 같다.
무엇보다 틀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도 든다.
물론 아직까지도 '쟤가 나를 이상하게 생각했으면 어쩌지?'
하는 순간들이 여전히 있지만
'너는 너, 나는 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매일 훌훌 털어내는 연습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