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키운 말하기 2

내 아이는 나의 기적입니다 23

책장을 넘길 때마다, 아이의 말도 함께 자라났다

� 언어지연 판정, 그리고 엄마의 다짐

내 아이가 또래보다 말을 현저히 늦게 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매일같이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 아이를 어떻게 도와야 할까?’

언어지연 판정을 받았고, 시지각도 약하며, 소근육의 조절력도 떨어졌다. 정서적으로는 불안도가 높아 낯선 상황에 쉽게 위축되곤 했다. 그런 준이를 바라보며 나는 한 가지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모든 발달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언어, 시지각, 소근육, 대근육, 정서—all은 하나의 유기적인 연결망 속에서 자라난다. 그래서 나는 어느 한 가지에만 매달릴 수 없었다. 말만, 손만, 마음만 다 따로따로 키울 수는 없었다.

결국 나는 내 아이의 종합적인 발달을 전반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준이의 ‘발달 전문 박사’및 '치료 담당 매니저'가 되기로 했다.
아이에 대해 매일 공부하고, 관찰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했다. 아이의 발달은 교과서 속 이론이 아니라, 엄마의 일상 속 관심과 실천의 누적치로 이루어져 있었다.

� 책으로 시작된 언어치료

그중에서도 가장 끌어올리기 어렵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영역이 바로 언어다. 준이는 성향 자체가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었다. 그래서 언어 능력을 끌어올리는 일이 유난히 쉽지 않았다. 영어를 배울 때도 말이 많은 아이가 빠르게 습득하듯, 모국어 역시 마찬가지다. 말수가 적으면 그만큼 실수를 바로잡고 교정할 기회도 줄어든다.

그래서 나는 준이에게 **‘말할 거리’**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그 말할 거리의 출발점은 다름 아닌 책이었다. 책은 준이에게 가장 훌륭한 언어치료 자료가 되어주었다.

�️ 그림책 속 대화가 언어가 되다

유창성을 키우기 위해 꼭 글밥이 많은 책이 필요하지는 않다.
5~6세 시기에는 ‘안녕달 그림책’ 시리즈를 주로 활용했다.
‘메리’, ‘눈아이’, ‘당근유치원’, ‘당근할머니’, ‘겨울이불’ 같은 책들에는 그림이 풍성하고,
짧지만 상황에 맞는 대화체 문장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우리는 함께 그림을 보며 장면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 나누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육하원칙에 따라 준이에게 질문을 던졌고,
준이는 서툴지만 차근차근 자신의 언어로 표현했다.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반복 속에서 아이의 말은 조금씩 유창해지고, 자신감도 자라났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아이의 말도 함께 자라났다.

� 반복 읽기의 규칙

반복해서 읽을 때는 엄마와 아이의 역할을 구분하는 규칙을 세웠다.

첫 번째는 ‘초벌 읽기’, 엄마가 읽어주는 단계다.
이 시기에는 내용의 전반적 흐름과 핵심 줄거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자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기보다, 이야기의 맥락과 감정선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두 번째는 **‘참여 읽기’**다.
준이는 한글을 7세에 깨우쳤기 때문에, 6세까지는 직접 읽게 하기보다
엄마가 한 문단을 읽고 나면 이해 여부를 확인하는 질문을 던지고,
아이의 말로 대답하게 했다.

7세 이후부터는 조금씩 아이를 **‘공동 독서자’**로 참여시켰다.
엄마와 번갈아 한 줄씩 읽거나, 따옴표로 표시된 대화 부분만 준이가 읽도록 했다.
이렇게 참여 방식이 바뀌면서, 준이는 ‘듣는 독서’에서 ‘말하는 독서’로 옮겨갔다.

� 7세 이후의 확장 독서

7세 이후에는 주제를 확장해 다양한 영역의 책을 접하게 했다.

시장 : 갈치사이소, 시장 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