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의 식탁

아이에겐 ‘자기결정권’을, 엄마에겐 ‘투자’의 이유를

by Rani Ko

아이들에게 무엇을 먹일까 고민하는 시간 대신,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묻는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그것은 식탁 위의 메뉴가 아니라 아이의 '의지'를 차리는 일이었습니다.


긴 방학은 부모에게 인내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삶의 주도성을 연습하기에 더없이 좋은 실험실이 된다. 우리 집 방학 식탁에는 조금 특별한 ‘3일 로테이션’ 규칙이 있다. 매일 한 끼, 누가 무엇을 먹을지 직접 결정하는 것이다.





1일 차 & 2일 차: 아이들이 설계한 ‘편의점 정찬’의 미학


첫날은 형 윤이의 ‘장유유서’ 식탁, 둘째 날은 동생 준이의 ‘취향’ 식탁이 차려진다.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접근하기 쉽고 익숙한 편의점과 분식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어른의 눈에는 소박해 보일지 몰라도, 아이들이 구성한 **‘편의점 정찬’**은 그 어떤 코스 요리보다 짜임새 있다.


보글보글 즉석에서 끓여낸 라면의 꼬들한 면발, 그 곁을 지키는 짭조름한 삼각김밥, 단백질을 채워줄 훈제란과 탱글탱글한 소시지, 그리고 입맛을 돋우는 미니 김치까지. 식사를 마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끈한 코코아나 상큼한 유자차 한 잔으로 마무리할 때, 아이들의 얼굴에는 미식가 부럽지 않은 포만감과 만족감이 가득 차오른다. 자신이 직접 메뉴를 ‘설계’했다는 뿌듯함이 그 맛을 배가시키기 때문이다.



3일 차: 엄마의 ‘확장’ 식탁


마지막 3일 차는 엄마인 나의 몫이다. 아이들의 선택이 ‘취향의 확인’이라면, 엄마의 선택은 **‘미식의 확장’**이다. 아이들이 평소 스스로 고르지 않을 법한 메뉴들—싱싱한 초밥, 바다 내음 가득한 꼬막 비빔밥, 혹은 지글지글 불판 위에서 구워지는 고기—을 제안한다. 낯선 맛에 머뭇거리던 아이들이 "어? 이것도 맛있네!"라며 눈을 뜨는 순간, 아이들의 입맛 지도는 한 뼘 더 넓어진다.





� 라니코표 ‘방학 식단 로테이션’ 운영 팁


이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식탁을 더 즐겁게 운영하기 위해 세 가지 원칙을 지킨다.

첫째, 완전한 선택권 보장: 아이들이 고른 메뉴가 비록 편의점 음식일지라도 그 선택을 절대 부정하거나 교정하지 않는다. 선택의 즐거움은 존중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둘째, 노력과 보상의 연결: "오늘 엄마가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과가 있었어! 덕분에 오늘은 엄마가 보너스로 맛있는 메뉴 하나 더 쏜다!" 같은 멘트는 엄마의 노력이 우리 가족의 기쁨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한다.


셋째, 맛의 피드백: 식사 후 "오늘의 조합은 몇 점이야?" 혹은 "이 메뉴의 어떤 점이 좋았어?"라고 짧게 대화하며, 자신의 선택을 복기하고 평가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엄마의 모니터와 아이들의 식탁 사이


육아휴직 중인 나의 본업은 아이들을 온전히 돌보는 것이지만, 아이들이 잠든 짬이나 잠시 평온하게 노는 틈을 타 나는 모니터 너머 시장의 흐름을 공부한다. 아이들의 곁을 지키며 틈틈이 세상을 읽고 투자를 배우는 일은, 휴직 중인 내게 또 다른 성장의 동력이 된다.

그렇게 일궈낸 결실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식탁 위에 올라가는 따뜻한 코코아가 되고 싱싱한 초밥이 된다. 엄마의 정성 어린 배움이 아이들의 ‘선택할 권리’와 ‘맛의 경험’으로 치환되는 과정. 이것은 내가 아이들을 돌보면서도 배움을 멈추지 않는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다.

아이들에게 준 것은 한 그릇의 음식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직접 색칠해 볼 수 있는 ‘자기 결정권’이라는 붓이었다. 그 붓으로 그려낸 방학의 식탁은 오늘도 준이와 윤이의 눈빛처럼 반짝인다.




#방학 #육아휴직 #자기결정권 #소확행 #엄마의성장


*tip : 본 글은 개인적인 육아 기록이며, 모든 투자 활동은 육아와 병행하며 개인의 책임하에 소액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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