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는 나의 기적입니다 9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호기심을 얻고 오감을 발달시킨다.
우리 가족이 가장 가주 찾고 또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남산 둘레길이다. 집에서 멀지 않고 주차도 편리하며 근처에 먹을거리도 풍부해 주말 중 하루는 꼭 가기로 했다. 2021년 6월, 남산 둘레길을 걷기 시작했을 무렵, 곤충에 관심이 많던 첫째의 영향으로 준이도 자연스럽게 개울가의 개구리와 올챙이에 반응을 보였다. 여름이 되자 매미, 잠자리 잡기에 흥미를 느꼈고 아빠와 함께 잠자리채를 들고 직접 잡아보며 완전한 문장을 스스로 말하기도 했다.
"엄마! 물잠자리야!"
"엄마, 내가 잠자리를 직접 잡았어요."
이 과정에서 잠자리의 다양한 종류 이름을 익혔고 개구리, 달팽이, 사마귀, 나비 등 도심 속에서도 접할 수 있는 생물들을 관찰하며 지적 호기심을 확장시켰다.
둘레길 초입에는 한옥으로 된 찻집 겸 식당이 있었는데 준이는 이곳에서 비빔밥이나 과일주스를 즐기며 출발하는 것을 좋아했다. 넓은 창 너머로 보이는 숲의 초록(시각), 한옥 안에서 즐기는 따뜻한 밥과 차(미각), 새소리와 개울물 소리(청각), 공기 좋은 숲속 향기(후각), 곤충을 직접 만져보는 경험(촉각)... 이곳은 말 그래도 오감을 열어주는 배움터였다.
산책이 끝나면 우리 가족은 종종 광장시장으로 이동했다. 시장은 늘 사람들로 붐볐고 외국인 관광객, 산처럼 쌓인 꼬마김밥, 지글지글 기름 속에서 익고 있는 부침개, 꼬물꼬물 움직이는 산낙지 탕탕이가 준이의 눈을 사로 잡았다.
준이는 김밥을 유난히 좋아했다. 불안감이 높아 손에 묻는 것을 싫어했기에 한 입에 먹기 좋은 꼬마김밥과 우동 같은 음식은 딱 맞았다. 입이 짧은 첫째도 이곳에서는 이것저것 잘 먹었고 어른들도 만족스러웠다.
"광장시장에 김밥 먹으러 가자."라는 말 한마디면 지금도 준이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다. 맛도 맛이지만 가족과 함께한 즐거운 추억이 그 기억을 특별하게 만든 것이다.
새로운 장소도 좋지만 전혀 낯선 곳을 매번 찾는 것보다 익숙한 장소를 반복해 경험하는 것이 불안도가 높은 느린 아이들에게는 더 유익할 수 있다. 준이에게 남산 둘레길은 바로 그런 곳이었다. 집 근처 동네가 아닌 적당히 떨어진 장소. 탁 트인 야외 공간에서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곳을 정해놓고 주말마다 찾는 것은 발달을 돕는 중요한 방법이었다.
박물관이라는 또 다른 배움터
우리 가족이 선호한 또 다른 공간은 박물관이었다. 리조트나 놀이공원은 큰 마음을 먹고 다녀와야 하지만, 박물관은 반나절 일정으로도 충분히 가능했다. 일부 어린이 박물관은 아이들의 체험활동이 많아 따로 예약이 필요했지만 그 이외의 박물관들은 상시입장이 가능하였다.
'일반 박물관에서 아이들이 뭘 보겠나' 싶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의 생각과는 달리 알게 모르게 보고 듣고 배우고 있다.
청자, 백자, 금관, 청동기 유물들을 보고 온 준이는 전래동화 그림 속에서 같은 물건을 단번에 찾아내며 신기해했다. 체험은 단순히 그 순간의 즐거움에서 끝나지 않는다. 책으로 만나는 지식과 연결될 때 더 깊은 이해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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