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는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유튜버들이 꽤 많다. 누군가는 말한다. 얼굴을 공개하면 수익이 훨씬 올라간다고. 실제로 인간적인 매력이 드러나고 신뢰도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어떤 채널은 오히려 얼굴을 끝까지 보여주지 않을 때 더 오래 사랑받기도 한다.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사람은 빈칸을 보면 그냥 두지 못한다. 정보가 없으면 스스로 채운다. 얼굴이 없는 유튜버를 보면 시청자들은 각자 머릿속에서 그 사람의 얼굴을 만든다. 목소리가 차분하면 지적인 얼굴을 떠올리고, 말투가 친근하면 호감형 얼굴을 상상한다. 그 얼굴은 객관적인 얼굴이 아니라 각자가 편하게 느끼는 얼굴이다. 그래서 그 사람은 어느 순간 “어떤 사람”이 아니라 “내가 상상한 사람”이 된다.
문제는 얼굴이 공개되는 순간 생긴다. 머릿속에 있던 그 인물이 갑자기 현실의 한 사람으로 고정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그 얼굴은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 다르다.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어딘가 낯설다. 사람의 마음은 이상하게도 그때 조금 식는다. 사실 실망한 건 그 사람이 아니라 내가 만든 상상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얼굴 없는 창작자는 묘한 장점을 가진다. 시청자들이 각자 자기 기준에 맞는 사람을 계속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친근한 형 같고, 어떤 사람에게는 조용한 친구 같고, 어떤 사람에게는 똑똑한 선배처럼 느껴진다. 모두 다른 사람을 떠올리지만 동시에 같은 콘텐츠를 보고 있다.
어쩌면 사람들은 실제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통해 만들어진 자기 머릿속 인물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때로는 얼굴이 없는 사람이 더 오래 사랑받는다. 현실의 얼굴보다 상상의 얼굴이 훨씬 많은 사람에게 동시에 만족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