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솔로 영철을 보고 느낀 느낌

자신으로 바로 선다는 것

by 랭크작가

이번에 방영된 나는솔로의 '영철'은 세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자신이 짝을 찾기 위해 나온게 아니며, 스스로 이상한 사람이 아니길 증명하러 나왔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냉장고에 손을 끼이며 사건은 발생한다. 남들이 밖에서 데이트 신청하는 동안 들어와서 자신의 안나에게 줄 그림을 그리려다, 상철이 들어오자 그 모습이 당황스러워 스스로 당당하게 내가 무엇을 하는지 얘기하지 못하고 허둥대다가 실수한 자신의 모습에 당황하며, 머릿속에 어떤 깨우침같은게 들어온 것이다.


35년만에 불쑥 들어오고 느낀 경험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오열했다. 그동안의 비난, 무시, 조롱에 대한 숙제나 미결과제가 해결된 느낌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위로해준 상철이 있는지 누구였는지도 기억이 안날 정도로 울었다고 한다. 사실 이 장면만 봐서는 모두에게 경악스럽긴 한 일이다. 일생일대의 너무 큰 사건이었기 때문에 그 순간만큼은 누군가 날 보고있기에 할 수 있는 가식적 행동을 전혀 하지 못하고, 그냥 자신의 세계에 자기 자신과 대면한 자아만 존재했던 사람같다.


나도 20대 초 한때 진리를 추구하는 직업을 꿈꾸던 때가 있었다. 여행 작가일 수도 있고, 유니셰프 직원일 수도 있고, 언론 기자일 수도 있고 그 꿈은 무궁무진했다. 하지만 좌충우돌의 20대를 보내며 어느 순간 내가 원했던 건 진리를 추구하는게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찾고 싶어했던 것이구나 하고 깨달았던 적이 있다. 그때 그 깨달음은 나를 위로해주는 큰 깨달음이었다. 이게 영철의 깨달음과 같다고 볼 순 없지만 한가지 시사점이 있다. 그 깨달음을 얻으면, 이제 인생은 해피엔딩! 찾았으니 끝! 하고 간단명료하게 정리될 수 있을까?


자기 세계에 갇혀 사는 동안에는 모든 것이 단순하다. 내가 맞고, 내가 보는 것이 전부이며, 세상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그 안에서는 비교도 적고, 의심도 적고, 무엇보다 편하다. 문제는 그 세계가 진짜가 아닐 수 있다는 데 있다. 어느 순간, 균열이 생긴다. 타인의 시선이 들어오고, 다른 기준이 보이기 시작하고, 내가 절대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스며든다. 그때 사람은 자기 세계 밖으로 한 발 나가게 된다.


그 순간은 축복일까, 재앙일까. 대개는 재앙처럼 느껴진다. 익숙했던 기준이 무너지고, 단순했던 세상이 복잡해지며, 나를 지탱하던 확신이 흔들린다. 더 많이 보이게 된 대신, 더 이상 편하지 않다. 그 이후의 삶은 다르다. 이전처럼 확신에 기대어 살 수는 없지만, 대신 스스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누가 맞는지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의 문제로 바뀐다. 자기 세계에서 나오는 일은, 편한 거짓을 잃고 불편한 진실을 얻는 일이다.


자아와 진지하게 대면하는 계기는 사람마다 타이밍이 다르다. 영철은 35살의 나이에 찾아온 것이니 사회의 눈으로는 조금 늦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기쁨을 느낀 영철은 너무나 속이 시원하고, 다 해결됐다고, 집에 가도 된다고 하였다. 하지만 어떤 면에선 디즈니 동화 백설공주나 신데렐라처럼, 이제 시작인 이야기 앞에서 완결된 이야기라고 판단한게 아닐까 싶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자신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선입견, 낙인 등이 있을 것이다.


앞으로 자아와 함께 그 사회 안에서 싸워 나가야 한다. '아니 난 내 자신하고만 소통하고, 내 마음의 이야기만 들으며 살면 되. 내가 어떤 인간인지만 이제라도 알았으니 위로가 되고 충분해.' 라고 생각하는건 아직 시련이 다가오기 전의 폭풍전야같은 자기 위로라고 생각이 든다. 인생의 시련 앞에서 잘 극복해나가고자 도움을 주기도 하고 힘들게 하기도 하는게 자아이다. 그러므로 사회 속 자아와도 잘 조율된 연결된 자신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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