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중에 나의 소중함을 외면하지 않았나요
나부터 지키는 법은 성숙해진 다음에 배워도 되는 기술처럼 보인다. 조금 더 버티고, 조금 더 참다가, 여유가 생기면 그때 나를 챙겨도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감각을 너무 늦게 배우면, 인생은 다른 방식으로 고갈된다.
유년기에 나부터 지키는 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는 어른이 되어도 자신을 보호하지 못한다. 대신 잘 참는 사람이 된다. 눈치 빠르고 책임감 강한 아이로 자라서, 성인이 되면 자책과 헌신을 반복한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도 스스로를 미뤄두고, 더 잘해야 한다는 기준만 높아진다. 그렇게 사랑과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계속 소모하다가, 어느 순간 텅 빈 상태에 이른다. 그때 찾아오는 건 번아웃이 아니라, 자기 고갈이다.
성년기에 나부터 지키는 법을 놓친 사람은 다른 형태로 무너진다. 겉보기엔 성실하고 잘해내는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모른다. 늘 기대에 맞추고, 기준을 넘기 위해 애쓰며 산다. ‘이 정도면 괜찮다’는 지점이 없어서 삶은 계속 긴장 상태에 머문다. 그러다 시간이 흐른 뒤 문득 허무가 찾아온다. 열심히 살아왔는데 남은 게 없다는 느낌, 애써왔던 에너지가 갑자기 빠져나간 것 같은 무기력이다.
이 두 경우의 공통점은 나를 지키는 법을 ‘나중에 배워도 되는 것’으로 미뤘다는 데 있다. 하지만 자신을 보호하는 감각은 뒤늦게 덧붙일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어린 시절에 놓치면 관계 속에서, 성인이 되어 놓치면 성취 속에서 자신을 잃는다. 그리고 그 상실은 반드시 다른 형태의 고통으로 되돌아온다.
나부터 지킨다는 것은 이기적이 되는 일이 아니다. 삶이 나를 지나가도, 내가 사라지지 않게 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이 감각을 늦게 배울수록,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치르고 나서야 그 중요성을 깨닫는다. 그래서 나부터 지키는 법은, 언제 배워도 좋은 게 아니라 가능한 한 빨리 알아야 하는 삶의 기본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