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나를 데리고 오는 일
인생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지만, 실은 뒤에 남아 있는 나들을 하나씩 데리고 오는 과정에 가깝다. 어떤 나들은 함께 자라 지금까지 따라왔고, 어떤 나들은 그 자리에 멈춘 채 여전히 남아 있다. 그때의 감정, 그때의 두려움, 그때의 상처를 품은 채로.
시간이 지나면 과거는 저절로 정리될 거라 믿지만, 그렇지 않다. 남아 있는 나들은 불시에 현재로 튀어나온다. 설명할 수 없는 분노나 외로움, 지나치게 큰 반응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그건 지금의 내가 이상해진 게 아니라, 그 시절의 내가 아직 도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숙해진다는 건 과거를 지우는 일이 아니다. 그때의 나를 부정하거나 몰아붙이는 것도 아니다. 이제 와서야 그 나를 덮어줄 수 있는 상태가 되었음을 인정하는 일이다. 그땐 몰랐고, 그땐 버거웠고, 그래서 거기 멈춰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해주는 것.
지금의 나는 더 많은 것을 견딜 수 있고,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과거의 나를 데리고 와도 무너지지 않는다. 함께 온 나도, 남아 있던 나도 이제는 보호할 수 있다. 인생은 결국 성취의 연속이 아니라, 흩어진 나들을 한 자리로 모으는 과정이다. 그 모든 나를 품고서도 괜찮아지는 지점, 거기까지 데리고 오는 것이 어른이 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