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져있어도 될지 말지 고민되시나요?
나는 쉬는 날에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아무 일정도 없고 아무도 재촉하지 않는데 오히려 마음이 더 가라앉았다. 몸은 쉬고 있는데 마음은 계속 나를 붙잡고 왜 아무것도 안 하냐고 묻고 있었다. 쉬는 시간이 휴식이 아니라 방치처럼 느껴졌다.
그때 알게 됐다. 문제는 쉼이 아니라 기준 없는 쉼이었다. 이유 없이 쉬면 회복이 아니라 자책이 따라온다. 나 같은 사람은 퍼지면 에너지가 차오르는 타입이 아니다. 써야 회복되고 의미가 있어야 숨이 붙는다.
그래서 퍼져도 되는 날의 기준을 정했다. 오늘 집중해서 해야 할 일을 해냈을 때 더 하면 효율이 떨어질 게 분명할 때 머리가 멍해지고 몸이 먼저 멈추라는 신호를 보낼 때 이런 날에 쉬는 건 도망이 아니다. 이미 충분히 써서 회수하는 시간이다.
반대로 퍼지면 안 되는 날도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이미 지친 기분일 때 하기 싫다는 마음만 커질 때 누워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을 때 이런 날에 쉬면 회복이 아니라 정지가 된다. 더 가라앉고 더 우울해진다.
이럴 때 필요한 건 휴식이 아니라 아주 작은 행동이다. 설거지 몇 개 샤워 한 번 책 두 페이지 노트에 한 줄 이 정도만 해도 몸이 다시 살아난다. 손 하나 까딱할 힘이 생기면 그날은 실패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쉰다. 지쳐서 쉬지 않고 충분히 써서 회수할 때 쉰다. 쉬는 날에도 나를 버려두지 않기 위해 기준을 만든다. 그 기준이 나를 살린다. 쉬어도 되는 날은 아무 이유 없는 날이 아니라 이미 잘 살아낸 날이다. 오늘이 그런 날이라면 마음 놓고 퍼져도 된다. 그건 나태가 아니라 계속 살아가기 위한 기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