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하는 건 소탐대실이야.” 이 말이 늘 맞는 말처럼 들리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걸렸다. 그럼 참기만 하면 되는 걸까. 계속 참다 보면 속으로 병 나는 거 아니야. 홧병, 스트레스, 결국 건강까지 망가지는 건 또 뭐고. 어느 쪽이 맞는 건지 헷갈렸다.
욱하는 순간은 짧다. 말 몇 마디, 표정 하나, 행동 하나. 그 순간만 놓고 보면 오히려 시원하다. 하고 싶은 말 다 했다는 느낌이 들고, 억울했던 마음이 잠깐은 가벼워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상하게도 그 장면만 또렷하게 남는다. 말을 세게 했던 표정, 돌아서며 느꼈던 공기, 그리고 뒤늦게 밀려오는 생각들.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는데, 결국 내가 더 손해 본 것 같다는 생각. 그럴 때마다 소탐대실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작은 분노를 풀기 위해 관계나 신뢰, 나에 대한 인상 같은 더 큰 것들을 잃어버린 느낌.
그렇다고 참기만 했을 때가 더 나았던 것도 아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넘긴 일들은 사라지지 않고 몸 어딘가에 쌓였다. 계속 되씹게 되고, 혼자 상처를 키우게 되고, 어느 날 이유 없이 예민해졌다. 그게 바로 참다가 병 나는 상태라는 걸 나중에서야 알았다.
그래서 깨달았다. 문제는 욱하느냐 참느냐가 아니었다. 문제는 어떻게 다루느냐였다. 참는다고 해서 감정이 없어지는 게 아니고, 터뜨린다고 해서 솔직해지는 것도 아니었다. 참기만 하면 감정은 안으로 곪고, 욱하면 감정은 바깥으로 흩뿌려진다. 어느 쪽도 나를 살피는 방식은 아니었다.
건강한 건 감정을 느끼되, 그 감정에 끌려가지 않는 것이었다. 지금 당장 말하면 상황이 나아질지 더 망가질지 잠깐 멈춰 생각하는 것. 말을 해야 한다면 상대를 공격하는 말이 아니라 내 감정을 설명하는 말로 꺼내는 것. 왜 항상 그래가 아니라 그 말 때문에 내가 좀 작아진 느낌이 들었다고 말하는 것.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걸 나이가 들수록 알게 된다.
욱하는 건 대부분 소탐대실이 맞다. 하지만 참기만 하는 것도 분명히 대가가 따른다. 그래서 답은 늘 그 중간 어딘가에 있다. 참는 게 아니라 미루는 것, 터뜨리는 게 아니라 표현하는 것. 감정은 문제가 아니다. 조절되지 않은 방식만 늘 문제였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