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시간과 외로움은 왜 전혀 다른가

by 랭크작가

혼자 있는 시간이 모두 외로운 것은 아니다. 어떤 날의 혼자는 오히려 숨이 트인다. 카페 한 구석에 앉아 아무에게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아이를 재우고 불을 낮춘 채 조용히 생각에 잠기는 밤, 그런 순간은 고립이 아니라 선택이다. 나는 나를 선택했고, 그 선택 안에서 고요하다. 그때의 혼자는 자율성에 가깝다.


그런데 어떤 날의 혼자는 다르다. 물리적으로는 똑같이 혼자 앉아 있는데, 마음은 묘하게 차갑다. 누군가에게서 밀려난 듯한 감각, 내가 빠져도 아무 일 없다는 느낌, 내가 잊힌 것 같은 순간. 그때 찾아오는 건 단순한 적막이 아니라 외로움이다.


혼자 있음은 상태지만, 외로움은 관계의 끊김 감각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내가 선택한 혼자는 나와 세상 사이에 연결선이 남아 있다. 지금은 떨어져 있지만, 나는 여전히 어딘가에 속해 있고, 다시 닿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그러나 혼자를 ‘당했다’고 느끼는 순간, 그 연결선이 끊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선택권이 내 손에 없다고 느껴질 때, 마음은 곧장 외로움으로 기운다.


브런치 구독자 숫자가 줄어드는 날이 그렇다. 바빠서 글을 못 썼을 뿐인데, 한 명씩 빠져나가는 숫자를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서늘해진다. 숫자는 숫자일 뿐이라고 말하면서도, 그 안에서 나는 다른 의미를 읽는다. 나는 기다려지지 않는 사람인가. 나는 멈추면 사라지는 사람인가. 나는 계속 보여줘야만 남겨지는 존재인가.


그 순간의 외로움은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다. 존재가 흔들리는 감각 때문이다. 내가 선택해서 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밀려난 것처럼 느껴지는 착각. 연결이 끊긴 것 같은 불안. 그래서 혼자는 고요하지 않고, 공허해진다.


생각해보면 외로움은 고립의 문제가 아니라 영향력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내가 여전히 누군가의 시간 속에 남아 있는지, 내가 사라져도 아무 일 없지 않은 사람인지 확인받고 싶은 마음. 그 확인이 흔들릴 때, 우리는 외롭다.


그래서 이제는 이렇게 구분해보려 한다. 나는 지금 혼자를 선택한 걸까, 아니면 혼자를 당했다고 느끼는 걸까. 선택한 혼자라면 그 안에서 나를 채우면 된다. 그러나 당한 혼자라면, 내가 잃었다고 느끼는 연결이 무엇인지 돌아봐야 한다. 숫자인지, 인정인지, 기다림인지.


혼자 있는 시간은 앞으로도 계속 올 것이다. 그때마다 외로워하지 않으려면, 연결의 기준을 숫자 밖에 두어야 한다. 내가 글을 쓰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는 나, 누군가의 반응이 없어도 존재하는 나를 더 단단히 붙잡아야 한다.


혼자는 항상 외로운 것이 아니다. 다만, 선택권이 내 안에 있을 때만 그렇다. 내가 나를 선택한 혼자는 고요하지만, 내가 밀려났다고 느끼는 혼자는 차갑다. 외로움은 그 차이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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