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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nnie Jul 08. 2022

프리토타이핑, 린스타트업, MVP 딜레마

극초기 스타트업이 가설 검증을 하며 겪는 딜레마와 의사결정에 관하여

들어가며

이 글은 tkim 님의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초기에 오해하기 쉬운 5가지> 글을 참고하여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https://tkim.co/2022/07/07/five-mistakes-when-managing-early-startups?fbclid=IwAR21_DFdqtxLsvIFVX6t7K-R0mI489uT7nUxG2oqkNem07gf0PsHRXVoP0Q


가설이 검증되었다는 것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글에서 보면 "창업가는 고객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듣기 어렵고, 신념에 따라 편향되게 해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빠르게 반복하는 실험이라도 의미가 퇴색된다."는 내용이 있다. 나는 오히려 반대의 경우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다. 무엇이냐면, 편향되지 않으려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판단하려다 보니 실험에 매몰되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방법론으로 액션을 하다 보면 '실험의 결과가 어느 정도 나와야 유의한 것이고 효과적인 것일까?' 하고 의심하게 되는 순간이 너무 많이 생긴다. 특히나 데이터가 애매하게 나오면, 이걸 엎어야 하는지 밀어 붙어야 하는 지를 직관으로 결정해야 해서 더 고통스러워진다. 이런 상황에서 린 스타트업 책을 아무리 찾아봐도 어떻게 의사 결정하라는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에 나오는 프리토타이핑도 비슷한데, 프리토타이핑은 성공하는 제품보다는 '실패하는 제품'을 걸러내는 역할에 가깝다는 걸 여러 번의 테스트로 알게 되었다. (애초에 랜딩페이지 정도로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게 이상하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1) PMF를 맞추기 전의 최소기능 프로덕트 + 2)린 스타트업 방법론 조합이라면 프리토타이핑과 비슷하게 '실패'는 잘 볼 수 있지만 '성공'은 보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MVP는 어디까지가 MVP인가?


글에는 "고객이 경험하기 전에는 문제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우리는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걸 문제라고 얘기하기 어렵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비슷한 취지의 유명한 일화로는, "내가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다면 그들은 '더 빠른 말'을 원했을 것이다."가 있다.


MVP를 정의하는 것은 쉽지만 막상 액션 하려고 하면 어디까지가 MVP고 최소 기능인지 결정하기가 참 어렵다. MVP를 설명하는 그림을 보면, 처음부터 자동차를 만들지 말고 스케이드보드 -> 자전거 -> 오토바이 -> 자동차를 만들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포드가 말 타던 사람한테 스케이드 보드를 갖다 줬으면 고객이 어떻게 생각했을까? 나는 여기서 MVP의 딜레마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만일 글에서처럼 고객이 온전히 경험해야지만 '이전 경험이 정말 문제였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부류의 문제라면, MVP의 완성도는 얼마나 높아야 하는 것일까? 떠올려보려고 해도 해답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시간이 흐르며 달라지는 프리토타이핑과 MVP의 기준

린스타트업이나 프리토타이핑의 우수 사례로 여겨졌던 "랜딩페이지 실험"은 이제 너무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어서, 초기 가설을 검증하기에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은 수단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또,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쏟아지면서 고객은 우수한 서비스를 쉽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영향으로 서비스와 제품을 보는 기준이 높아져서 MVP라고 여겨졌던 조악한 형태의 프로덕트로 가설 검증하기도 더욱 어려워진 것 같다.


보통 MVP로 "문제 해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고객과의 충분한 interaction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기존에 책이나 경험담에서 나왔던 "간단한 프로덕트"로는 '문제를 해결하냐' 이전에 '이걸 사용하고 싶느냐'에서 선택받지 못한다. 그래서 어쩌면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는데, 고객이 잘 안 써주니까 '문제가 잘못되었나? 우리가 시장을 잘못 선택했나? 이건 실패할 프로덕트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옛날과 다르게 이제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 꽤나 완성도 높은 프로덕트가 필요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물론 아주 아주 니치하고 강력한 Problem을 찾았다면 프로덕트가 조금 이상해도 고객이 꾸역꾸역 참으며 사용할 수 있겠다.)



극초기 창업팀이 의사 결정하는 방법

나는 늘 '얼마나 린해야하는가?', '어디까지가 MVP인가?'에서 너무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또 실험을 해도 '그래서 이게 어떤 것을 의미하는가?'를 필요 이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근데 사실 이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물론 린한 가설 검증과 실험 자체는 엄청 중요하고 반드시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실패'를 빠르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프리토타이핑이나 간단한 MVP의 쓰임새는 거기까지인 것 같다. 만약 실패하지는 않는 가설임이 판명 나면, 그때부터는 제대로 프로덕트를 빌딩 해야 한다. 왜냐하면 프리토타이핑이나 MVP 정도로는 유효한 데이터도 많이 없고, 편향이 생기기도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우리의 비즈니스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지를 알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제대로 프로덕트를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혹자는 이렇게 만들어진 프로덕트를 MVP 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고객 집착, 고객 집착, 고객 집착

이렇게 되면 당연하게도 가장 중요해지는 것은 "고객 집착" 밖에는 없지 않을까... 직관으로 결정한다고 해도 "고객 집착을 통한 직관"이어야 하고, 데이터로 결정한다고 해도 "고객 집착을 통한 데이터"여야 한다. 그냥 직관이나 그냥 데이터는 이 단계에서 좋은 의사결정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이렇게 되면 글에 나오는 것처럼, 창업가의 신념으로 인한 편향이나 잘못된 데이터 해석으로 인한 편향이 생긴다.


그렇다면 제대로 '고객 집착' 하고 의사 결정하는 방법은 무엇이냐? 하면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구글링 해서 찾아보면 이것도 역시나 의견이 분분하다.


유효한 샷 날리기

결론! 내 생각에 극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라면 "빠르게 적은 리소스로 실험"보다는, "가장 유효한 샷으로 실험" (물론 이것도 빠르고 리소스 적게 해야 한다..)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이것보다 중요한 게 있을까? (or 그럼에도 빠르고 적은 리소스가 본질일까?)는 잘 모르겠다. 다른 생각이나 의견이 있으시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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