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에게 빠진 짜장면
대한민국, 이 코딱지만한 곳에서(미안하지만 중국과 비교하면 그러하다..)자리 잡은 지 1년 조금 안되는 시간. 나는 아직도 처절한 적응기에 처해 있다. 나와 같은 게으름뱅이 촌년한테 여긴 그야말로 지옥같은 천당인 셈이다. 그래서 나는 한국이 싫다..
1. 노약자석
버스를 탈 때마다 나를 반기는 선명한 노란 스티커. 너무 눈꼴사납다. 어쩌다가 모른척하고 그 자리에 앉으면 주위의 눈총에 안절부절 못하여 결국엔 일어날 수 밖에 없다. 내 자리가 뺏긴 듯 분하지만, 이상하게 마음 한 구석은 또 따뜻한 이 기분. 이러한 내가 마음에 안 든다. 지금은 노약자석이 아닌 다른 자리에 앉아도 주위에 할머니 할아버지만 보면 자동반사처럼 몸이 튕겨 오른다. 이 망할 스티커 때문에 점점 이상하게 변해가는 내가 싫다.
2. 분리수거
나는 분리수거가 이 세상에서 제일(?) 싫다. 여태껏 자유분방하게 살아왔던 나에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 내가 살았던 곳은 분리수거라는것이 없다. 그래서 너무 편하고 좋았다. 뒷처리 할 걱정 없이 필요 없는 건 버렸다. 음식물도 마찬가지다. 먹고 남은건 그냥 버렸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재활용쓰레기, 플라스틱, 음식물쓰레기까지, 일일이 분리를 해서 처리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요즘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쓰레기를 가급적이면 적게 만들고, 음식은 최대한 남기지 않고 다 먹을 수 있도록 기를 쓴다. 이제 뚱보아줌마가 되는 건 시간 문제이다. 다시 돌아가더라도 분리수거를 끊을 자신은 없다. 이미 길들여졌으니말이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버리는 동안 뒷감당을 할 청소아저씨를 생각하면 이상하게 죄책감이 드니말이다.
3. 19금?!
한국의 대부분 TV프로그램은 시청자연령등급이 매겨져 있다. 오락프로그램은 12세, 15세, 드라마는 15세로..가끔 가다 19금 영화도 나오고말이다. 이렇듯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는 프로그램을 보면 짜증이 난다. 앞으로 내 자식들과 19금 프로그램을 보니 마니 실랑이를 펼칠 생각을 하니 걱정부터 앞선다. TV에 떡하니 찍혀있는 선명한 숫자들이 숫자로만 보이지 않는 건 나뿐일가? 실시간으로 어른으로서, 그리고 부모로서 져야 할 책임을 상기시켜주니, 더 이상 나 혼자 편하게 TV 보기는 글렀다.
4. 펜션
한국은 펜션문화가 너무 발달 되어 있다. 이것 또한 맘에 안 든다. 가는 곳마다 이쁘고, 특이하고, 게다가 끔찍히 챙겨주는 친절한 펜션 주인까지 풀 패키지이다. 이 중에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내가 다시 가지 않을 이유가 될 만 한데 말이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빡세게 여행을 다녀야 할 것 같고, 그로 인하여 더 많은 펜션을 찾아다녀야 할것 같다.. 이러다가 지갑이 거덜이 날 수도 있으니 이 얼마나 낭패인가?
5. 낫 놓고 기역자?
너무도 과학적인 이 나라의 언어를 배우면서 나는 너무 억울 했다. 몇십년동안 기를 쓰며 배워도 나는 아직도 모르는 한자도 너무 많다. 하지만 한글은 1시간이면 자음, 모음을 다 뗄 수 있다고 한다. 세종대왕앞에서는 아인슈타인도 무릎을 꿇어야 할 것 같다 . 이런 신비한 문자를 만들어 줬으니 말이다. "훈민정음"-세계에서 유일하게 만든 사람과 반포일, 창제 원리까지도 알고 있는 문자란다. 역시 대한민국에는 낫 놓고 기역자를 모르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가 않을 것 같다.
내가 한국을 싫어하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나는 지금 대한민국에 와 있다. 아마 앞으로도 나는 한동안, 아니, 아주 오랫동안 이 곳에 눌러 앉아 있을 것 같다.
"내가 한국을 싫어 하는 이유" , 이런 자극적인 프롤로그로 나는 한국에서의 삶의 흔적을 차근차근, 천천히 적어보련다. 안티글의 공격을 받을 위험을 감수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