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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란 Oct 05. 2022

육아를 하며 사업한다는 것

둘째가 어느덧 돌이 되었다.

콘텐츠 채널을 정식으로 오픈한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아기를 아기띠로 안고 콘텐츠 촬영을 했던 나날들, 아기가 혹시나 안아달라고 보챌까봐 조급한 마음으로 재빨리 촬영을 해치운 나날들, 안아달라고 울부짖으며 다리에 매달리는 아기에게 잠깐만 기다려달라고 애원하며 촬영하던 나날들, 밤에 아기 재워놓고 식탁에 앉아서 책을 읽으며 공부하던 시간, 쇼파에 누워서 핸드폰으로

동영상 편집에 집중했던 시간들..


그렇게 필사적으로 버텨냈던 시간들이 갑자기 눈 앞에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때로는 지금 상황을 비관적으로 생각한 적도 있었다. 육아 하나만 하기에도 벅찬데 사업까지 하려는게 가능할까. 너무 무리하고 있는 것 아닐까. 누가 육아를 도와주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자기 일 하나에만 집중하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나에게 제대로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아기가 잠든 저녁 8시부터 12시까지, 4시간 정도였다. 새벽 6시에 일어나는 아기의 리듬에 맞춰서 나도 그 때쯤 기상했다. 1년 6개월 동안 새벽 6시부터 밤 12시까지 쉴틈없이 달려왔다. 새벽에 잠이 깬 아기를 재우느라 잠도 제대로 못잔적도 많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텨내듯이 살아냈다.


육아를 하며 사업을 한다는 것. 위에 적은 것처럼 정말 힘들다. 그렇지만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일을 하면서 아이와 오랜 시간 함께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루에 4시간이라는 약간의 투자로도 사업을 할 수 있는 것은 다 콘텐츠 덕분이었다. 일반 사업이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몸은 좀 고되고 힘들지만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남의 손에 아이를 맡기지 않고 내가 온전히 아이를 돌보면서 사업의 기반을 천천히, 단단하게 다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렇지만 사업을 1, 2  것도 아니지 않은가도움의 손길이 필요했다. 체력과 에너지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번아웃될 것이 뻔했다. 둘째가 돌이 되고나서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아이돌봄서비스를 신청했지만 한참동안이나 대기를 해야했다.민간 돌봄서비스는 너무 비싸서 신청할 수 없었다.


사업준비를 시작한지 1년 6개월 정도 되었을 때,드디어 돌봄선생님이 매칭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정말 너무나도 다행이었다. 이제 낮에 4시간 동안 일을 할 수 있었다. 밤에는 아이를 재워놓고 휴식을 취하거나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과 맞바꾼 4시간이었으므로 최대한 몰입해서 업무에 집중했다. 여느때처럼 주어진 시간에 효율적으로 업무를 끝내기 위해 약간 서두르면서 몰아치듯이 일을 하던 어느 날,갑자기 어떤 의문이 떠올랐다. ‘나 지금 이 시간을 나를 위해서 쓰고 있는 것 맞나? 아이와 맞바꾼 시간이니까 죄책감을 느끼면서 나를 몰아붙이며 일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노트북을 닫아버리고 카페에서 나와서 홀연히 차를 끌고 나섰다. 근방에 바닷가가 있는 곳으로 무작정 드라이브를 했다. 그동안 육아를 하면서 한심하게 생각하던 엄마들 부류가 있었다. 어린 아이를 기관에 맡기고 친구들과 놀러다닌다거나 자기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하며 육아는 나몰라라하는 엄마들이었다.


지금 잠시동안만 내가 욕했던 그런 엄마가 되어보기로 했다. 아이를 돌봄선생님에게 맡겨놓고 열심히 내 할 일 하는 엄마가 아니라, 자기 마음대로 자기 시간을 맘껏 즐기는 엄마가 되어보았다. 죄책감을 내려놓지 못하는 나에게 일부러 보란 듯이 행동했다. 홀가분했다. 일하는 엄마에게 죄책감이라는 감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감정이다. 그런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더욱더 내 마음대로 행동하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4시간,

나는 오직 나를 위해서만 이 시간을 사용할 것이다.

일에 잘 집중할 수 없을 땐 잠깐 딴짓도 하면서

융통성있게 이 시간을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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