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아마존 인디아 입점만을 바라보고 제품을 개발해왔는데 이렇게 계획이 어그러지니 기운이 쭉 빠지고 무기력해졌다. 역시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움츠러든 나 자신을 다독이면서 주말 동안 일 생각하지 않고 푹 쉬었다. 상황이 힘들지언정 내가 나 자신을 힘들게 하면 안되지 않은가.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매우 관대하지만 나 자신에게는 다소 엄격하고 야박한 편이다. 잘한 것보다 못한 것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발전하고 성장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편이다. 이러한 면 덕분에 많은 발전을 해오긴 했지만, 나에게 더 따뜻하고 너그러울 필요가 있었다. 지금까지 잘해왔다고 나를 마음껏 칭찬해주었다. 상황이 이렇게 된건 네 탓이 아니니 자책할 필요 없다고 다독였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다. 나 자신을 따뜻하게 다독여주면서 다시금 다음 스테이지에 나설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워들에게 직접 소량으로 판매하면서 조금 더 제품을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자본금이 부족해서 투자자금을 유치해야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실적이 필요했다. 조그만 시장에서 최소요건 제품(MVP, Minimum Viable Product)을 판매함으로써 제품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계라고 생각했다. 이 과정에서 얻은 피드백을 제품에 또다시 반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존 같은 오픈마켓에 입점하기 전에 조금 더 테스트해보고 개선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조금 더 한 호흡 길게 가져가기 위해 살짝 넘어진 것이리라. 조급함, 항상 그것을 경계해야 한다. 첫 술에 배부르랴.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모여 면이 될 것이다.
일단 팔로워 100명에게 팔아보자,라는 목표를 세웠지만 여전히 준비해야할 것이 많았다. 패키징이나 라벨링, 물류, 통관 등..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앞이 컴컴했다.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 수출, 무역과 관련된 공공기관 코트라(KOTRA)의 문을 두드려보기로 했다.
먼저 코트라 홈페이지에 회원가입을 하고 ‘글로벌 역량 진단’ GLC 테스트를 했다. 기술, 제품, 글로벌 네트워크 등 글로벌 역량을 진단 후 맞춤형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수출전문위원님도 배정받게 되는데 테스트 바로 다음날에 수출전문위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수출전문위원님이 직접 집이나 사무실 근처로 방문하셔서 대면상담을 해준다는 것이다. 컴컴한 어둠 속에서 헤매던 나에게 한 줄기 빛처럼 느껴졌다.
코트라 수출전문위원님과 유선통화를 하면서 고추장이라는 식품을 수출하고 싶다고 하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를 알려주셨다. 전화통화 당시 수출용 라벨링과 패키지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었는데, 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관련 부서 번호까지 상세하게 안내해주셨다. 수출전문위원님과 전화를 끊고 바로 안내해주신 번호에 전화해서 문의했다. 담당 직원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줄여서 aT)의 지원사업을 신청해보라고 했다.
수출초보기업의 수출애로사항을 해소해주기 위해 수출 컨설팅을 해주는 사업이었다. 전문위원님을 배정해주며 1대1 멘토링을 무료로 5회 받을 수 있다. 수시로 신청을 받고 있는 지원사업이어서 당장 신청서를 작성했다. 받을 수 있는 도움들, 받을 수 있는 교육 및 멘토링들은 모두 받아야만 했다. 신청하고 바로 다음날, 멘토 매칭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전문위원님과 그 다음주에 대면 상담 약속을 잡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는 식품을 판매하는 기업에게 필요한 다양한 지원사업들이 있다. 맨처음에 신청했던 수출 컨설팅뿐만 아니라 수출 현지화 사업(통관 및 관세 자문, 라벨링 현지화, 상표권 출원, 포장 패키지 현지화, 식품 검사 및 등록), 운송비 지원, 전시회 및 박람회 참가 등 셀 수 없이 많은 지원사업들이 있다. 이러한 지원사업들을 적극활용하기로 했다.
아는 만큼 이것들을 활용할 수 있다. 코트라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거의 매일 들어가서 어떤 지원사업들이 공고되었는지 살펴본다. 조만간 오픈할 온라인 쇼핑몰의 제품 사진 촬영, 상세페이지, 숏폼 홍보영상 등을 제작지원해주는 사업도 신청했다. 덕분에 모두 다 무료로 진행할 수 있었다.
코트라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지원사업들을 살펴보면서 일단 먼저 한국어 베이스의 라벨링을 부착한 제품을 생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처음부터 영어로 제작해서 오픈마켓에서 판매할 해외수출용 제품부터 생산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관련 현지 라벨링 기준을 세세하게 알기 어려웠다. 라벨링 현지화 사업이나 온오프라인 유통망 개척 지원사업 등에서도 일단 한국어 라벨링이 부착된 완제품이 요구되었다. 우리나라 크라우드 펀딩 및 온라인 마켓에도 진출할 계획이었으니 일단 한국어 완제품 생산부터 해내는 것이 먼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