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처참한 실패를 받아들였다.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자존감과 자신감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지금까지 살면서 숱하게 실패해봤지만, 실패는 겪을 때마다 아프고 쓰라리다. 많이 겪어봤다고 해서 ’실패는 단지 과정일 뿐이지!‘ 라고 쿨하게 말하면서 훌훌 털어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내가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설렁설렁 대충하지 않았다. 시간과 에너지, 열정을 쏟아부었다.
”누가 니 유튜브를 보겠냐, 나같으면 백종원 채널을 볼거야.“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내용이야.“
”캐릭터는 괜찮은데, 스토리가 별로야.. 안와닿아.“
”이게 진짜 잘 될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난 잘 모르겠어.“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남편이 항상 나에게 해준 말들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남편에게 뭘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핀잔을 줬었다. 남편과 일종의 기싸움을 했었다. 성과를 내서 남편에게 내 능력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래서 더더욱 남편에게 내가 좌절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
한동안 혼자 끙끙 앓으면서 바닥에 떨어진 자존감을 추스렸다. 그렇지만 밑바닥으로 추락한 자존감은
좀체 회복되질 않았다. 콘텐츠 제작을 잠시 멈추고 며칠 동안 우울하고 무기력한 시간을 보냈다. 실패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실패가 실패로 끝나지 않으려면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반성해야 한다. 잘못된 점을 고치고 개선해서 다시 시작해야 했다. 여기서 멈추면 그냥 실패로 끝나버린다. 그러기엔 지금까지 들인 시간과 에너지가 아깝다. 돈을 수십억씩 날렸다거나, 5년, 10년 장기간 노력해서 쌓은 탑이 무너질 정도의 실패가 아니지 않은가. 고작 여기에서 무너지고 포기할 수 없다.
모든 것을 초보인 나 혼자서 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에 읽었던 유튜브 관련 책이 떠올랐다. 책을 쓰신 작가님을 인터넷에 검색했더니
유튜브 관련 컨설팅을 하고 계셨다. 메일로 컨설팅을 신청하고 상담 예약을 했다. 작가님을 줌 온라인으로 만나는 날, 어찌나 떨리던지! 또 놀랍게도 작가님은 우리집 근처에 살고 계셨다.
”정성스럽게 만든 몸에 좋은 빵인데, 심심한 맛이에요. 중요한 꿀이 없어요.“
”아무런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요.“
”무슨 목적으로 채널을 운영하시는지 잘 모르겠어요.“
”캐릭터 설정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보셔야 합니다.“
”이런 애니메이션 같은거 하지 마시고, 본인이 직접 출연하세요.
마지막에 먹방하면서 리뷰도 해보시고요. 그래야 광고제안이 들어와요.“
”남들과 다른 차별화를 하셔야 합니다.“
”이렇게 열심히 만든다고 해서 성과가 잘 나오는게 아니에요.
최대한 쉬운 방법으로 만들어보세요. 그림 그리고, 요리하고.. 너무 힘들어요.“
명의를 만난 기분이었다. 골목식당 사장님들이 백종원 씨를 영접했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 것 같다.
그동안 나 혼자서 우물안 개구리처럼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서 혼자 판단하고 어림짐작했었다. 내 유튜브는 한동안 대대적인 수술에 들어갔다. 한 달 뒤에 작가님의 사무실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또 하나의 실패원인은 공부 부족이었다.
엄청난 실행력을 발휘했다.
무작정 실행했다. 준비성이 부족했었다.
그때부터 사업과 관련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인문학 관련 책들만 즐겨 읽었던 난 자기계발서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급(?)이 낮은 책이라고 치부했었다. 그런 자만심 같은게 있었다.
사업가가 되겠다고 결심했으니 나의 마인드, 태도, 뇌(?)를 사업가로 바꿔야 했다. 사업가들, 성공한 부자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공부하기로 했다. 마케팅, 브랜딩 관련 책들과 부자들의 자서전을 탐독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