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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란 Oct 05. 2022

부캐시대, 나만의 부캐 만들기


길을 걷다가 배가 고파서 우연히 어떤 식당에 들어갔다고 생각해보자. 

A식당의 사장님은 손님이 들어오자마자 밝고 큰 소리로 웃으면서 인사한다. 따뜻하고 상냥한 말투로 손님에게 말을 건네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가끔은 엉뚱하고 발랄한 행동으로 작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B식당의 사장님은 어딘지 모르게 차갑고 거리감이 느껴진다. 음식은 맛있지만 이 음식을 만든 사장님과 이야기 한마디 나눠본 적 없다. 사장님은 부엌에 꼭꼭 숨어서 나오지 않는다. 가끔 눈이 마주치면 꾸벅 눈인사를 하는 정도다. 어느 식당에 또 가고 싶어질까?


내가 손님이라면 A식당 단골이 될 것 같다. 콘텐츠를 재정비하기 전에 나는 B식당 사장님 같았다. 그림 뒤에 꼭꼭 숨어서 손님들과 인사조차 나누질 않았다. ’안녕하세요 ㅇㅇ입니다.‘라고 인사조차 하지 않고 음식부터 들이밀었다. 음식(콘텐츠)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었다. 나를 드러내지 않고, 손님과 소통하지 않으면서 손님과 좋은 관계를 맺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어떻게 해야 내 콘텐츠를 찾아주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 어떤 캐릭터로 사람들에게 다가갈까? “밝고 따뜻하면서 상냥하고 엉뚱한 귀여움을 갖고 있는” 캐릭터를 설정했다.



사실 평소의 난 이런 캐릭터와는 거리가 있는 편이다. 차분하고 말수가 적은 편이며 낯을 가린다. 첫인상이 차갑고 도도해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런 캐릭터도 나만의 개성이 될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즐거운 요리 콘텐츠”를 지향하는 내 채널과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나, “부캐”를 만들어내서 배우가 연기하듯이 촬영에 임했다. 영상촬영을 하는 동안만이라도 “사랑스럽고 발랄하면서 따뜻하고 상냥한” 사람으로 변신하려고 했다. 그렇게 내가 만들어낸 나만의 부캐를 가지게 되었다. 내 세계관 안에서 내가 만들어낸 부캐로 살기 시작했다.


실제로 내 영상을 본 구독자, 팔로워들은 ’당신은 정말 귀여워요, 정말 사랑스러워요‘라는 피드백을 많이 해주셨다. 이런 반응을 접할 때마다 놀랍고 쑥스럽지만 기분이 좋다. 나의 실제 모습을 알고 있는 주변인들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뭐? 말도 안되!‘라고 손사레치면서 웃을 것이다.


항상 “어떻게 하면 내 콘텐츠를 찾아주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잘 추진 못하지만 춤도 췄다. 내 세계관 안에서 난 누구보다 유쾌하고 발랄한 사람이었다. 내가 만들어낸 부캐였지만 생각해보면 이것 또한 “나”였다. 이런 모습은 우리집 아이들에게만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사랑스러운 아기를 웃겨주고 재밌게 해주기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조금씩 그런 면이 있겠지만 나는 성격적인 면에서 극단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때때로 난 내 자신이 아수라 백작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뭐가 진짜 나일까.. 고민하던 적이 있었는데, 그냥 모두 다 나임을 받아들였다. 부캐활동을 하면서 내 자신이 더욱더 조화로워졌음을 느꼈다.



이런 식으로 나를 드러내면서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콘텐츠를 사이에 두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밖에 나가지 않고 집구석에서 이렇게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니! 아기엄마들이라면 누구나 한다는 블로그조차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경험이 더욱 신선하게 느껴졌다.


육아는 정말 외롭다.

말도 안통하는 아기와 하루종일 집에 있다보면 사람이 고파진다. 첫째를 키울 때는 동네 아기엄마들과 모임을 가지면서 그런 외로움을 해소했었다. 이번에는 엄마로서가 아니라 나의 부캐로, 엄마들이 아닌 팔로워들과 따뜻한 관계를 맺었다. 단순히 돈을 벌려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정말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많이 얻었다. 콘텐츠를 만드는 즐거움, 사람들과 관계 맺고 소통하는 기쁨을 얻었다. 이런 행운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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