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만년필 연대기
1년에 한 번 귀국하시며 학용품을 사다주시던 아버지 덕분에 초등학생 때 처음 만년필을 접했습니다. 구형 세일러 캔디 만년필과 프랑스 sypen 이라는 브랜드. 지금도 사용 가능합니다.
당연하게도 어릴땐 크게 흥미를 못 느끼다가 사회인이 되어 디자인 서포터즈 활동으로 파버카스텔 만년필을 선물로 받았고, 2013년 카카오 포럼에 참여해 라미 사파리를 선물로 받으면서 만년필을 메인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이때부터 볼펜은 아예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활동하시는 분들 보면 입문 1년 내에도 수십 자루로 증식되던데 저는 1년에 한 자루 정도 천천히 들인 편입니다. 깔별 모으는 것도 별로 관심 없어요. 다만 미니펜(포켓펜)을 무척 선호해 카웨코와 트래블러스 컴퍼니(TRC) 만년필이 중복으로 있네요.
올해 모닝페이지를 쓰기 시작하면서, 만년필과 종이, 잉크의 상성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더 파고들면서 몽블랑의 필감이 정말 궁금해졌습니다. 게다가 포켓펜 환장러인 제가 몽블랑 헤리티지 루즈앤느와 '베이비'를 발견하게 됩니다. 대부분 떠올리는 시가 담배 같은 두툼함이 아닌 정말 작고 귀여운 디자인이었거든요.
몽블랑은 온고잉 제품이 아닌 경우 생각보다 빠르게 품절되는데, 베이비의 경우 많이들 선호하는 모델은 아닌지라 펜샵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20주년 선물로 미리 땡겼어요(...) F 닙인데 트위스비 M 닙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저는 태필을 좋아해서 만족스러워요. ^^
실제로 받아보니 만듦새가 정교하고 때깔이 남다르다고 할까요. 그냥 필기구라는 느낌보다 악세서리나 시계 처럼 '세공'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필기감이 부드럽고 잉크 흐름도 무척 좋습니다.
큰 맘 먹고 들인 만큼 요즘 젤 즐겁게 쓰는 펜이 되었습니다. 클립이 없어 밖에는 못 가지고 다닐 것 같아 고이고이 책상에서만 사용하고 있어요. ^^ 종이는 계속 여러가지를 테스트중인데, 일단 토모에리버랑 잘 맞아서 이쪽으로 정착을 할까 생각중이에요. 이렇게 과분한 필기구를 갖게 되었으니 그림도 더 자주 그리고 글도 많이 써야겠습니다.
제가 만년필로 그린 그림들은 아래에서 보실 수 있어요.
https://brunch.co.kr/magazine/urbansketc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