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투덜이스머프
친구와의 대화중 주문제작 얘기가 나왔습니다.
사실 자세한 사정을 모르니 주변 누구든 '이러이러한게 필요한데 만들어 줄 수 있냐' 툭 던지는게 일상이지만, 오늘은 스스로도 왜 점점 주문제작을 꺼려하는건지 고충을 털어보기로 합니다.
1. 재고 문제
도자기나 그림 같은건 특별한 경우 아니면 재료가 바뀌지 않고 주문제작을 받을 수 있는데 가죽공예는 그렇지 않습니다. 주변에 있는 아무 가죽제품을 봐도 무슨 뜻인지 단번에 알 수 있으실 겁니다.ㅠㅠ
어떤 제품을 만들어야하느냐에 따라 금속부자재나 가죽 종류가 완전히 달라지고 새로 들여와야 하므로 상당한 재고 리스크가 따릅니다. 도매업보다는 훨씬 적겠지만 어쨌든 수공예도 각종 재고가 쌓인다는 사실.
2. 가성비 문제
가죽 제품은 대부분 어떠한 물건을 '넣는' 용도로 많이 쓰기 때문에 치수 계산이 아주 정확해야 사용자 만족도가 높아집니다. 그래서 매번 새로운 제품의 치수 계산 -> 패턴작업 -> 가재봉을 완료하고 문제가 없음을 확인 후 그제서야 가죽을 재단할 수 있습니다. 내가 얻는 수익에 비해 시간 투자가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제작자분들은 이미 자체 런칭한 제품이 아닌 주문제작을 아예 안 받으시는는 분들도 있고, 여러 종류를 대응하기 어렵기에 대부분 주력 제품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계줄 전문, 만년필 케이스 전문 등..)
가장 좋은건 들이는 시간 x인건비 제대로 계산하여 책정하는 것이지만 그게 힘든 현실이잖아요.
더구나 한국은 사람을 갈아넣어 굴러가는 나라여서 전반적인 인식이 츄릅....
3. 패키징 문제
매번 다른 주문제작품을 택배상자에 그냥 틱 넣어 보낼 순 없는 노릇입니다. 제품을 담을 여러 사이즈의 패키징이 필요합니다.ㅠㅠㅠㅠ 기성품으로 찾기 힘든 경우 직접 만들기도 해요.ㅎㅎ (주문량이 많지 않은 1인 작업실이라 가능한 거겠죠.) 패키징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공을 많이 들이는 편입니다.
아무튼 이런 패키지들도 한두 장 살 수 있는게 아니니 재고가 되지요. 그래서 저도 참 고민이 많은데요, 내년에는 더욱더 주문제작 비중을 줄일 예정입니다. 그대신 자체 상품은 더 다양하게 늘려야겠지요.
내가 움직인 만큼 정직하게 수익이 창출되는 수공예 하시는 분들, 영세 자영업자분들, 프리랜서 분들 모두 힘내시고요. 오며가며 서로에게 따뜻한 말로 격려해주면서 이 힘든 시기를 버텨보아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