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나는, 그러나 어느 하나도 수준급으로 해내지 못한다는 사실에 자괴감이 들었다. 골고루 보통 수준으로는 해낼 수는 있지만, 그것이 특출 나게 잘한다고 말하기엔 늘 모자라고 애매했다. 나름 행복하고 즐거운 일상을 성실하게 살았음에도 그런 이유로 남들한테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우울하고 자괴감이 몰려왔다. 글을 잘 쓴다는 이야기도 듣고 고등학교 3년 내내 내 생활기록부의 특기란은 내가 관심있는 미디어 분야에 대한 내용이 쓰여있었지만 내가 너무 부족한 것 같고 특출 난 점을 찾아볼 수 없어 서글프고 속상하고 슬펐다. 게다가 최근 불미스러운 일을 겪고 나서 자존감은 바닥을 쳤다.
그러면서 내 삶을 다르게 살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좋아했던 것들을 더 깊이 파고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하루에 한 권씩 읽었다. 모임에도 나가고 친구와 여행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으러 다녔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좌우명은 ‘No.1 보다는 Only 1’인데 '나는 특별한 색깔이 없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한테 끌려다니느라 나의 진짜 본모습을 잘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적정 수준에서 나를 숨기기 바빴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을 어려워했고 공유하는 것을 주저했다. 그럴수록 나만의 세계로 숨어 들어가기 바빴던 것 같다.
사람들과 왁자지껄 떠드는 가운데 함께 하는 순간의 나만의 행복을 몰랐던 것 같다. (사실 많은 시기, 질투와 괴롭힘에 시달린 이유가 더 크다.) 나는 인생에서 고비를 겪으며 자존감에 엄청난 데미지를 입었다. . 그것은 내 대학시절 이십 대 내내 계속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참 행복한 것 같다. 나를 상처 준 사람들, 괴롭힌 사람들은 무시하고, 설사 그들이 계속해서 사람들 사이를 이간질하더라도, 나는 이제 거기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 당당하고 건강해졌고, 아주 많이 성장한 느낌을 받는다.
오늘 기숙사에서 읽은 책 2권 , <파타(문가영)>, <때로는 간절함조차 아플 때가 있었다(강지영)>에서도 많은 공감을 받았다. 이제는 내가 평생을 생각중인 3가지의 질문에 어렵지 않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1. 당신은 왜 여기 있습니까?
2. 죽음이 두렵습니까?
3. 충만한 삶을 살고 있습니까?
지금 내가 사는 곳이 좋고, 죽음이 두렵다기보단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사는 게 너무 행복하고, 나의 20대를 바치고 있는 파이브가이즈에서 보내는 시간도, 퇴근 후 보내는 시간도 충만하고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돈이 필요하다는 끝도 없이 되풀이되는 고민이 나오지만, 한때 내가 수도 없이 생각했던 것이라 흐뭇하게 읽을 수 있었다.
경제적 자유를 이룬 건 아니지만, 불필요한 일, 하기 싫은 일을 쳐내고 오로지 내 삶을 즐기고 좋아한다면 쓸데없는 소비에서 자유로워진다는 결론. 한창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했듯이 내 삶을 단출하고 가지런히 살면 그 자체로 삶이 가벼워지고 행복해지는 것 같다!
하루 24시간을 온종일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우는 삶. 내가 설레지 않은 물건들은 버리라는 한 정리 컨설턴트의 말을 참고 삼아 내 일상을 내가 설레는 것들로 가득 채운다면, 하루하루가 충만하고 행복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더 이상 삶은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가는 고된 노동이 아니라 행복하고 자유로운 놀이이자 모험이 된다! 우리 인생의 모험가가 되자고 나의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