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이태원 핼로원 참사를 용산 지하철 참사와 같이 정치와 엮지말아줘..
제발 이태원 핼로원 참사를 용산 지하철 참사와 같이 정치와 엮지 말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 글은 저의 정치색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본질을 흐리지 말고 그 자체로 바라봐주시길 당부드리는 것 입니다.
현 정부에 비판적인 방송국의 보도 태도를 문제삼는 한 극우 인사가 그동안의 압사사고 통계자료를 올리며 그 방송국이 주최한 행사에서도 그런일이 많았다고 쓰자 그 밑에 “내 그럴줄 알았다. 이태원에서 이런 일 한번 일어날 줄 알았어. 하..좌파들이 비극적 사고를 다시 정치적으로 발버둥치고 있네요”라는 실시간으로 달린 댓글을 읽으니 정말 우리나라의 어른들의 추태가 다시 한번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는 젊은 세대를 좌절시켰습니다.
이런 마음 아픈 참사가 일어났는데 청춘들이 별이 되었는데 좌파 우파가 어디있을까.. 정말 국회의원들에게 실망이 컸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 그럴줄 알았다”는 말만은 하지 말아주시길 당부드립니다. 누구도 이런 비극이 일어날줄 몰랐고 일어나길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비극은 누구도 원하지 않았어도 일어나기에 비극입니다.
어제 이태원 할로윈 축제에 간 사람들은 기성세대들이 하시는 비난의 말인 발랑까지고 놀기만 좋아하는 무책임한 젊은이들이 아니라 그저 하루 특별한 날에 즐기고 싶고, 소중한 사람들과 추억을 남기고 싶고, 호기심 많고, 경험하고 싶은 것도 많은 평범한 20대 30대 청춘입니다. 한 번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아들 딸 손자 같은 사람들이 이런 사건의 희생양이 되었다고… 그러면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은 비난, 조롱, 비꼬는 태도가 아니라 안타까움과 부끄러운 슬픔이 가득하여 눈물을 왈칵 쏟아내고 아비규환으로 할로윈축제를 간 사람들을 욕하는게 아니라 얼마나 살아남고자 발버둥 치며 두려움에 떨었을 자식들이 느껴지실겁니다..
이제 비난을 멈추시고 오늘 사고로 피, 눈물, 그리고 땀을 흘리시는 소방관, 경찰관, 구급대원, 의사, 간호사분들과 같이 그 늦은 새벽까지 항상 힘써주시는분들께 위로와 격려 응원의 한마디를 보내주시면 진짜 감사할것 같습니다. 그것이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의 전부이기에…그렇습니다.
저는 사실 고등학교때부터 매년 이태원에서 열리는 글로벌 할로윈 파티에 참여하는 축제러버 중 한명입니다. 저의 삶의 터전인 이태원에서 이런 비극이 일어난 사실에 애도를 표한다. 무엇보다 명복을 빌어보냅니다.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것도 분명히 합니다.
사건이 그날 늦은 밤 뉴스를 보며 쉽게 잠이 오지않았고 친구들과 부모님한테도 밤 늦은 시간에 “너 이태원 아니지?” 이런 전화까지 받아 마음이 편치않았습니다. 더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기도하는 마음이다..
일간에서는 그러게 왜 사람많은 곳을 갔느냐 다소 질책섞인 안타까운 의견이 상당수였는데 이런 의견은 결과론적으로만 접근해서 도움도 안되고 공감도 힘든게 현실입니다. 그들을 포함해서 모두는 단지 즐겁게 놀기 위해 할로윈 축제의 상징적인 장소로 향했을 뿐입니다. 불법도 아니며 지극히 자연스러운 의사 결정이었다. 즐겁게 놀기 위한 것이 죄가 될 수 있나요…? 그러면 여태 기성세대들이 행해왔던 매년 보신각 타종행사 + 크리스마스 축제 + 월드컵 응원행사 등등을 찾은 시민은 죄인인가 피해자가 비난의 화살의 대상이 되어야하는가요..?
사고 책임소재에 대한 논란도 당장 나 같은 일반인의 몫이 아닙니다. 적어도 오늘 하루는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모든이들에게 잠시라도 진심 어린 추모의 시간을 갖는 것이 인간의 도리가 아닐까요..? 비난과 비판, 책임 규명은 다음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추모는 개인적 정치적 견해가 불필요합니다.
다시 한 번 이태원 할로윈 비극에 희생되신 청춘들에게 조의를 표하고 밤 늦게까지 사건을 수습해주신 소방관분들 경찰관분들 간호사분들 구급대원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