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못한 감정은, 마음 안에서 아픔이 되었다.
사람들이 날 강하다고 했을 때,
그 말이 고맙기보다 사무치게 외로웠다.
누군가 영혼없이 묻는다.
"요즘은 좀 어때?"
그럼 나는 늘 똑같이 대답한다.
“괜찮아요. 많이 호전 되었어요.”
그 말은 진심이 아니었다.
사실 나는 매일이 피곤했고,
아팠고,
무너질 듯 불안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어릴 때부터 숨기는데에
이골이 난 상태였던 탓이다.
귀가 어수선하고 속이 울렁거려도
“멀미 같아”라고 둘러댔고,
가슴이 쿵쾅거리며 숨이 막히던 날도
“그냥 체한 것 같아”라며 넘겼다.
그 덕분인지 내 안의 병은 점점 커졌고,
그 병을 말하지 못한 채
쌓여버린 ‘척’들도 나를 무겁게 짓눌렀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은 나와
괜찮지 않았던 나 사이의 거리였다.
그 사이에서 나는 점점 말수가 줄었고,
어떤 날은 스스로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무뎌졌다.
돌이켜보면
그건 나를 지키기 위한 최선이었다.
병원에서 일하게 된 이유도,
남의 병을 돌보면서
스스로를 증명하고 싶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민폐만 끼치는 사람이 아니라
“나도 쓸모 있는 사람이다.”
“나도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는 존재다.”
이렇게 세뇌 시키면서.
그러나,
감정의 그릇이 더 이상 버텨낼 수 없었던걸까.
출근길엔 눈물이 났고,
퇴근 후엔 기절하듯 잠드는 날들이 늘어갔다.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한 채,
내가 아프다는 '사실'보다,
아프다는 걸 들킬까 봐 오히려
무서워 했다.
세월은 나를 좀먹으며
거의 30년이라는 시간을 버티도록 만들었다.
그 긴 시간동안
내가 가장 먼저 했어야 했던 일은
"괜찮지 않다"고 말하는 거였다.
나 아프다고. 어지럽다고. 나 좀 봐달라고.
말했어야 했다.
힘들면 억지로 버티지 않고
그런대로 무너져 있어도 괜찮았는데.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오늘 이 글은
그 오랜 침묵을 조금씩 깨뜨리는 연습이다.
그리고 이 글을 본 당신이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작은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