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도, 자유도, 결국 내 선택이었다
처음 혼자 밥을 먹게 된 건,
어쩔 수 없는 순간 때문이었다.
약속이 갑자기 취소됐고,
배는 고팠다.
굳이 누군가를 부를 힘도,
기다릴 여유도 없어서
그냥 근처 식당에 들어갔다.
테이블 하나, 메뉴 하나, 조심스러운 손짓.
그때까지만 해도
혼자라는 사실이 자꾸만 목에 걸렸다.
옆 테이블에서 웃음이 터질 때마다
내 자리의 고요가 더 크게 울렸다.
어디를 봐야 할지 몰라
의미 없이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배터리도 없는 화면을 몇 번이고 스쳐 넘기며,
괜히 바쁜 척, 괜히 괜찮은 척했다.
먹는 둥 마는 둥 국물을 떠먹으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나, 참 초라하구나.'
이상했다.
한두 번 그렇게 밥을 먹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졌다.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됐다.
누군가와 어울리기 위해
억지로 대화를 이어갈 필요도 없었다.
아무도 나에게 기대하지 않았고,
나는 누구에게 맞춰줄 필요도 없었다.
혼자 먹는 밥에는
생각보다 많은 자유가 숨어 있었다.
천천히 씹으며 음식을 느끼는 것도,
창밖으로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는 것도
그저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갔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다른 사람의 표정에 휘둘리지 않고,
내 입맛과 내 기분에만 집중하는 것.
이게 그렇게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종종 말했다.
"혼자 밥 먹는 거, 심심하지 않아?"
나는 그냥 웃었다.
어쩌면,
처음에는 맞는 말이었다.
혼자 밥을 먹는다는 건,
모든 것과 단절된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고요는 곧 평화였고,
혼자는 곧 자유였다.
누구와의 대화 없이도,
내 하루는 충분히 빛날 수 있었다.
혼자 밥을 먹는 일은,
혼자 사는 삶을 연습하는 일과도 비슷했다.
식탁에 나란히 놓인 수저 한 쌍이 아니라
혼자서 고른,
혼자서 차린,
혼자서 먹는 식사.
외롭고 쓸쓸할 것만 같았던 그 순간들이
조금씩, 조금씩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타인의 시선에 목말라 하던 내가
이제는 나 자신의 시선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다시 누군가와 밥을 먹게 된다면,
그건 외로워서가 아니라,
같이 있고 싶어서여야 한다는 것.
내가 나와 온전히 함께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누군가와도 제대로 함께할 수 있다는 것.
혼자 먹는 밥 한 끼가
이토록 많은 걸 가르쳐 줄 줄은 몰랐다.
오늘도 나는 조용히 밥을 먹는다.
천천히, 그리고 충분히.
외로움도, 자유도,
모두 내 선택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