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이해의 시작
엄마,
나는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아요.
용서라는 건,
상대에게 면죄부를 주는 일이 아니라
내 마음 안에 남아 있는
가시 하나를 뽑아내는 일이란 걸요.
나는 꽤 오래도록
당신을 원망하며 살아왔어요.
당신이 내게 했던 말들,
내가 그 말들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당신은 평생 알지 못하겠지요.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
"다른 집 애들은 안 그런데 왜 너만 그러니?"
"엄마가 너한테 뭘 그렇게 못해줬다고 그래?"
이런 말들이
어린 나에게 얼마나 큰 그림자였는지
당신은 아마 지금도 모를 거예요.
아니.
알면서도 모르는 척, 못본 척.
외면하며 살아왔다는 사실이
때로는 말보다 더 아팠어요.
나도 모르게
내 감정을 설명할 때마다
‘내가 잘못한 걸까?’
라는 생각부터 들었고,
자꾸만 당신의 시선으로
스스로를 돌아 봤어요.
화가 난 이유를 나한테서 찾았고,
당신의 마음에 들지 못한 나를
나도 미워했어요.
그게 습관이 되고,
감정이 굳고,
결국 나는
당신이 준 말들로
스스로를 꾸짖는 어른이 되었어요.
엄마,
나는 그 말들에 대해
이제 조금씩 거리를 두려 해요.
설명받지 못한 상처로
더는 나를 괴롭히고 싶지 않아서요.
나는
당신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걸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나 자신에게.
당신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왜 그렇게 나를 몰아붙였는지,
왜 내 감정보다
자신의 힘듦이 먼저였는지.
그 모든 이유를 다 알지 못해도
더는 그 이유에
나를 붙잡아 두고 싶지 않아요.
엄마.
그 끝이 용서라면,
나는 아마 아직
거기까지는 못 간 걸 거예요.
다만, 분명한 건.
내가 나를 용서해야 한다는 거예요.
당신을 미워하면서
내 삶을 미루고 있었던 나를요.
내 시간을 써 버린 나를요.
나는 이제
당신이 준 그림자에서
빠져 나오려 해요.
빛으로 나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내 호흡을
내가 조절하기 위해서.
나를 위한 화해는
용서라는 단어를 꼭
달지 않아도 된다고 믿어요.
그건 다만,
더는 내 안에서
당신과 싸우지 않겠다는 결심이에요.
엄마.
나는 여전히 복잡해요.
당신이 보고 싶다가도
당신 생각만 하면 숨이 막혀요.
나도 몰랐어요.
미움이 큰 만큼,
엄마의 인정을 그토록 기다렸다는 걸요.
이제는
그 인정이 오지 않더라도
내가 나를 인정하는 법을
연습해야 할 것 같아요.
존재 자체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려 애쓰기보단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하는 연습 말이에요.
어쩌면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이해일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