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엄마.
그때 나는
당신 없이 하루를 보내는 법을
연습하고 또 연습했어요.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처음으로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살아가려고 노력했지요.
처음엔 너무 어색했어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뭘 싫어하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으니까요.
항상
‘누군가’를 기준으로 움직이던 나는
혼자가 되자,
방향을 잃은 나침반처럼
멈춰 서기만 했어요.
하지만 그 멈춤이
조금씩,
나를 나로 만들어가고 있어요.
혼자 마트에 가서
평소엔 사지 않던 과일을 하나 사봤고,
좋아하는 책을 베개 옆에 두고
자기 전 한 장씩 넘기기도 했어요.
조용한 밤,
불 꺼진 방 안에 누워
내 숨소리만 들리는 순간이
이제는 그렇게 낯설지 않아요.
엄마.
나는 이제야 조금씩
나를 알아가고 있어요.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그저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라는 걸.
내가 까다로운 게 아니라,
섬세한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이제는 누가 대신
정해주지 않아도,
오늘 하루 내가
어떤 옷을 입고 싶은지.
무엇을 먹고 싶은지를
내가 나에게
물어볼 수 있게 되었어요.
이런 순간들 속에서
나는 천천히,
그동안 잃었던 나를 되찾고 있어요.
당신이 늘
강하길 바랐던 딸이 아니라
때로는 흔들리고,
때로는 무너져도 괜찮은
그저 한 사람으로서의 나를요.
엄마.
나는 당신 없이도 이제
잘 살아보려고요.
그건
당신을 지우려는 게 아니라
내 안의 나를 다시
그려 보려는 일이에요.
아직 서툴고 불완전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나를 믿어보려고 해요.
어쩌면,
당신이 바랐던 진짜 ‘독립’은
바로 이런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언젠가는,
'가족'이라는 큰 그림 밖에서
자유로워진 나를 만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엄마.
아직까지 마음 한 구석에는
당신을 향한 '미움'과
'원망'이 자리 잡고 있어요.
나는, 이 마음의 짐을
언제쯤 내려 놓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