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여기 있어요.

따뜻한 말 한마디

by 라온



엄마.

몰랐겠지만

나는 늘 여기에 있었어요.

참 당연하게도

나는 늘 나였고.

그대로 자랄 수밖에 없었지요.

당신이 키운 만큼, 그렇게.


내가 변한 게 아니라

세월이 변한 것 이듯,

그때는 말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내 주체대로

말할 수 있게 된 것.


그것 외에는 달라진 게 없어요.




엄마.

그동안 나는

당신을 멀리하면서 살아왔어요.


때론 숨고.

때론 도망치고.

때론 당신을

내 인생에 없는 사람처럼

생각하려고도 해 보았어요.


그러다, 문득문득.

말투 하나,

표정 하나,
어디서 본 듯한 내 모습에서
나는 당신을 발견하곤 해요.


그럴 때마다
속이 뒤집히기도 했고,

이상하게

서러움이 밀려오기도 했어요.


“네 마음, 알아.”


“힘들었겠다.”


그 말 한마디가

그렇게 힘들었을까.


이 모진 세상.

'엄마'란 존재가 왜 나에겐

절대적이지 못했을까.


왜, 그렇게

모질게 대해야만 했을까.


어린 나는,

오고 가는 감정 한 톨 없는 그 감옥에서

점점 더 조용해졌고,

기억에서 사라 것처럼

스스로를 줄이고 감췄어요.


말하지 않는 게 익숙해졌고
들키지 않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웠지요.

기대하지 않으면 덜 아프다는 걸,
그 누구보다 먼저 터득했죠.


생각했어요.


어쩌면 그건
당신에게 배운

생존 방식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무뎌져야 살 수 있고,
참아야 덜 상처받는 세상에서
나는 너무 빨리 어른이 되었거든요.

엄마처럼.


하지만 엄마,
그런 나도 이제는

조금씩 다르게 살아보려 해요.


감정을 감추는 대신

말해보고.
슬픔을 지우는 대신

꺼내 놓아 보고.

무조건 이해받기보다
그저 나를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당신이 주지 않았던 다정함들을
이제는 내가 나에게 건네보려 해요.


괜찮아.
너는 충분했어.

할 만큼 했어.
그때도.

지금도.


이렇게.


엄마.

어쩌면,

당신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 채
우리는 계속 이렇게 평행으로

흘러갈지도 모르겠지요.


그래도 돼요.

그래도 괜찮아요.


지금은 그렇게 말할 수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삶을 살아갈 거거든요.
당신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내 존재를 놓지 않는 방식으로 말이에요.


나도 이제 조금쯤은

숨을 쉬어 보려고요.


현재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테니까.






작가 노트✍�


'엄마, 나 여기 있어요'는

끝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의 어딘가에

마침표를 하나 찍기 위해

써 내려갔습니다.

제 나이 올해로 40.


그 모든 안 좋은 일이

하필 나에게만 일어나는 것

같던 그때부터
나는 '나'를 잃지 않으려

무던히도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짐을 지금,

여기에 놓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