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웠던 날
혼자 여행을 가보기로 결심했을 때.
‘이런 걸 나 혼자 누려도 될까?’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혼자 온거라고 생각하면 어쩌지?’
머릿속엔 이런 생각들이
줄을 지어 다녔다.
여행이란 건,
늘 누군가와 함께해야
자연스럽다는 세상의 인식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항상
혼자 하는 여행을 갈망했다.
이상하게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꽤 오래 된 사실이다.
집도, 학교도, 친구들도.
그 어느 집단에도 속하지 못했다고
생각이 들었던 그 때 부터.
자유롭게.
다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그렇게 마음껏 나를 누리고 싶었다.
드디어.
나는 벼르고 벼뤘던 길을 떠났고,
단 몇일동안의 자유를 누릴 기회가
생겨 버렸다.
도착 하자마자
공기가 다르게 느껴졌다.
익숙한 장소가 아닌,
누구의 발자국도 없는
새 길 위에 서 있는 기분.
한참을 걸었다.
계획 없이,
약속도 없이.
가고 싶은 방향으로
발을 옮기며
그냥 길이 이끄는 대로
걷고 또 걸었다.
그러다 마주친 작은 서점.
잠깐 둘러만 볼까 하다가
한 시간이나 머물렀던 공간.
오래 된 종이의
나무를 닮은 향기와 함께,
그 안에서 나는
오랜만에 아주
여유로운 숨을 쉬었다.
점심시간이 지나
작은 식당을 찾았을 때는,
사실 어색함에 못이겨
휴대폰만 들여다 보다가
흘긋-
곁눈질로 주위를 둘러 보았더랬다.
커플, 가족, 친구들.
다들 함께인 와중,
생각보다 혼자 식사를
챙기러 온 사람이
꽤나 많아서 깜짝 놀랐다.
"몇명 이세요?"
라고 당연한 듯 물어보는 직원에게,
"한 명 이요."
라고 말하기까지.
다섯 번은 문 앞에서
망설였던 것 같다.
하지만 막상 자리에 앉고,
천천히 메뉴를 고르고.
조용히 밥을 먹다 보니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누구에게 맞출 필요 없이
내가 먹고 싶은 걸 주문하고,
입을 다문 채
조용히 나만의 속도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
그건 예상보다 훨씬 큰 자유였다.
하루가 지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거리는 어둡고,
바람은 쌀쌀했지만
내 기분은,
충만감으로 채워 져 있었다.
그날 밤.
창밖에 흐르던 불빛들을
멍- 하니 바라보며
나 자신에게 말한다.
“너, 오늘 좀 멋진듯!”
여행이라는 건
풍경보다 사람을 남긴다고 하지만,
혼자 떠난 여행은
나 자신을 남겼다.
익숙했던 두려움 대신
낯선 확신이 마음에 들어섰고,
혼자라는 이유만으로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몸으로 깨달은 첫 여행 이었다.
그 이후로도 나는
종종 혼자 여행을 떠난다.
혼자인 순간에도
내 안에 꽉 찬 나를
느낄 수 있다는 것.
그 매력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것 같다.
만약.
혼자 여행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건 어쩌면
'아직 나를 더 알아가는 중'
이라는 뜻 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와 떠나는 여행이
‘함께의 기쁨’을 알려준다면,
혼자 떠나는 여행은
‘나를 믿는 법’을 가르쳐 주는게 아닐까.
조금은 낯설고
퍽 조용하지만,
그 길 끝에는 반드시
혼자인 나를 더 단단히 안아주는
나 자신이 서 있을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