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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수업

제천 중학교 원예체험 수업

전화가 왔다. 핸드폰 화면에  이름을 보니 내가 너무 전화를 받고 싶었던 그분이다. 항상 바쁜 걸 알기에 전화를 하고 싶어도 일하는데 방해가 될까 하지 못했다. '어머! 웬일이지?' 첫사랑의 전화도 그리 기뻤던 것 같지 않다. 제천 꽃을 닮다 대표님의 전화, 9월 10일 제천중학교에 자유 학년제 원예활동 수업이 있는데 강사 한 명이 부족해서 와 줄 수 있냐고 했다. 생각할 것도 없이 경험도 없고 자신은 없지만 기회는 왔을 때 잡는 거다. 앞뒤 생각할 것 없이 "네 당연히 해야죠" 했다.


수업 준비로 대표님이 보내온 자료로 ppt도 만들고 식물 공부를 했다. 식물에 대한 건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으로 어느 정도 될 것 같은 약간의 자신감은 있었지만 수업을 한다는 건 첨이라 약간 떨렸다.



핑크핑크한 ppt자료



수업 당일 제천으로 갔다. 1학년 전체 수업이라 나까지 4명의 선생님이 투입되었다. 아침부터 분주하게 수업할  꽃을 다듬어서 나누었다. 4명이 장장 3시간 동안 준비를 했다.  꽃일은 우아한 노가다다.



인스타 제천 꽃을 닮다




교실로 들어가니 "이게 뭐예요?"  "무슨 꽃이에요?" 하며 아이들이 내 주변으로 모여든다. 처음에 남중이라고 해서 '남학생들이 좋아할까?' 하는 생각은 나의 선입견이었고 틀린 생각이었다. 진로 담당과 담임 선생님이 말했다. "아이들 이렇게 오래 집중하는 모습 처음 본다고" 모두 재료를 받고  설명을 들으며  "이건 어떻게 하는 거예요? "  질문도 하고 너무도 진지하게 꽃을 꽂았다. 수업이 끝난 후 꽃을 들고 집으로 가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정신은 없었지만 수업을 무사히 마쳤다는 생각에  성취감이 들었다.





다시 한번 느꼈다.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걸 하며 살아야 한다고. 이번 경험에서 너무 이상한 건 새로운 걸 할 때  긴장을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도, 준비를 하면서도 전혀 긴장이 되지 않았다는 거다. 떨려서 전날 잠도 잘 안 올 만 한대 잠도 잘 자서 컨디션이 좋았다.  대신 다녀와서 집에 오니 해냈다는 기쁨 때문인지 잠이 잘 안 왔다. 두 반 수업을 했는데 첫 반에서는 설명을 잘 못해 준 것 같아 다시 가서 이걸 빼먹었다고 말해 주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아무래도 첫 반 수업보다. 두 번째 반 수업을 더 차분하게 한 것 같다.  


제천 꽃을 닮다 대표님을 처음 만난 건 올해 3월쯤 인 것 같다. 근 1년 반 동안 꿈을 찾아 헤매다 우연히 유튜브에 뜬 영상을 봤다. 대표님이 꽃집을 창업하게 된 스토리였다. 세 아이의 엄마이고 학교에서 청소년 상담교사였으며 개인사로 우울증을 앓고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분이었다.  동생의 권유로 꽃집을 하게 되면서 우울증도 이겨내고 사업도 성공한 사연이 담긴 영상이었다. 그 영상을 보니 만나고 싶어졌다.  영상을 보고 일주일쯤 지나 꽃집으로 찾아갔다.


꽃집을 찾아간 그날은 심리적으로 힘들어서 멘털이 반은 가출한 상태라 아침부터 눈물이 멈추지 않는 날이었다. 꽃집을 가니 대표님은 업무차 외출 중이었다. 거기 계신 직원분께 연락처를 남기고 오시면 연락을 달라고 하고 의림지로 향했다. 의림지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누웠다. 그때까지도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날 의림지에서 4시간을 기다리고, 꽃집에 앉아 꽃집 일하는 것을 4시간 지켜봤다. 꽃집 오는 손님들 참 밝았다. 일을 하는 직원들도 즐거워 보였다. 대표님과 1시간가량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감정이 추스러졌다.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가는 내내 마음이 둥둥 떠올랐다. 1년 반 동안 그렇게 치열하게 찾아도 정리가 안되던 마음이 정리가 되었다. 지금도 그때의 영상을 보면 나의 상황과 오버랩돼서 눈물이 난다.


 지금 성남으로 왕복 3시간의 운전을 해서 꽃을 배우러 다니고 있다. 오늘 꽃을 만지고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니 행복했다. 집에 와서 딸에게 오늘 만든 사진을 보여주였다.  "이런 거였어? 재미있겠다"라고 말한다.  우리 학교는 왜 이런 거  안 하냐고 서운해하길래 오늘 엄마랑 해보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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