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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마흔다섯에 시작하는 꿈과 희망


내 나이 45세,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 나니 ‘내 꿈이 뭐지’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쉬지 않고 해온 17년 회사생활에 지치기도 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었다. 치열하게 1년 반을 찾았다. 시간이 갈수록 절실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내가 플로리스트가 꿈 이었던걸 떠올렸다. 퇴사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꽃으로 창업을 하려니 식물 지식은 그동안의 경험으로 별로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았다. 꽃 기술은 학원에서 배우면 되고 생물학적 지식은 차차 공부하면 된다는 판단이 섰다. 그러나 마케팅을 생각하니 막연했다. 블로그나 SNS 마케팅을 하려면 글쓰기가 필요함을 아는데 자신감이 없었다.   

   

어릴 적부터 독후감 쓰기, 글짓기를 정말 싫어했다. ‘난 정말 못써!’라고 자랑스러운 듯 이야기했다. 사회생활을 해보니 설계회사나 지도 제작회사 캐드를 쓰는 회사들은 글쓰기가 필요 없었다. 제조회사를 들어가니 상황이 달라졌다. 찐빵 한 개 마진 50원도 안 되는 회사나 집 한 채 지어 천만 원 버는 회사도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글을 써야 했다. 글을 못 쓰니 다른 사람 것을 베꼈다. 흉내를 내 억지로 썼다. 너무 하기 싫었다. ‘난 못하는데’라는 생각이 박여서인지 글쓰기가 고역이었다.     


건축회사에 들어갔을 때다. 오픈 마켓이 없으니 홈페이지나 카탈로그에만 글을 쓰면 됐다. 내가 초안을 잡으면 실장님이 수정했다. 실장님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쓴다. 고쳐준 글을 보면 자연스러웠다. 군더더기 없이 문맥도 매끄러웠다. 수정된 글을 보며 띄어쓰기와 같은 단어를 반복하지 않는 것을 보며 배웠다. 다음번에 쓸 때는 잘 써봐야지 생각하니 글이 달라졌다. 조금씩 자신감을 가졌다. 그러면서 솔직하게 쓰게 되었다. 솔직하게 쓰니 편안했고 글도 더 잘 써졌다. 하지만 더 제대로 배우고 싶어졌다.      


 ‘라이팅 포 라이프’ 앞 자를 딴 ‘라라 프로젝트’에서 글쓰기 공부를 하고 있다. ‘글을 왜 쓰는지’ 질문을 받았다. 입문 반 첫날에 글을 왜 쓰는지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때 말했던 내용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선생님들은 달랐다. 그들의 답변을 들으면서 ‘아! 맞아 나 꽃집 해야 하니 꽃을 팔기 위한 글을 쓰기 위해서 배우는 거지’, ‘그럼 결국 돈이네’, ‘내가 일을 하지 않아도 돈 버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기 위함이었지’ 그제야 생각난다. 동시에 ‘돈은 먹고살 만큼만 있으면 되고,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자고 회사 때려치우고 꽃 배우러 다니는 건데. 돈의 노예가 되지 말고 나 스스로 행복해져야지.’라는 다짐도 하게 된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왜 글을 쓰는지’에 대한 생각이 좀 달라졌다. 식물을 키우며 치유되는 감정을 전하고 싶다. 인생 이야기를 하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 지금까지 살면서 실수하고 후회한 것, 다른 사람들은 그러지 말았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 그래도 살 만한 인생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요즘엔 꽃을 배우러 다닌다. 그간 살면서 외롭고 힘들었던 시간에 대한 치유를 받는 느낌이 든다. 이런 마음을 전하며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글을 쓰고 싶다. 내 글을 읽으며 다른 힘들게 살아온 사람들은 내가 뭘 힘들게 살았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누구나 경험하는 보통 가정에서 평범한 아이로 자란 삶, 그 속에서 느낀 내 감정을 전하고 싶다. 독자가 나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만 힘든 것이 아니라는 걸 느끼고 다시 힘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꼭 그런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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