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나를 사랑하고 싶어 떠난 여행

by 라온제나




나를 사랑하고 싶어 떠난 여행









하와이 (11).JPG




18년 11월 20일
[여유]




오랜만에 지옥철을 탔다.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의 공간이 너무 없어서 사람들 입에서는 짜증 나는 특유의 한숨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왔다.
대도시에서의 삶은 특히 더 여유가 없다고 느껴졌는데 지하철을 타면서부터 이미 실제로 우리는 물리적인 여유공간이 없다.
생판 처음 보는 사람과 몸을 부대끼며 한 정거장마다 버텨가는 것이 아침부터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스트레스를 한 스푼 퍼다 나르는 것 같다.
이런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여유를 가지고 조급하지 않게 사는 게 어떻게 가능할까.


이기적인 마음과 배려 없는 마음은 지하철을 타면서부터 벌써 느껴지고 있다.
아무리 유치원, 학교에서 도덕책에서 열심히 배워도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다는 걸 안다.
그래서 이 여유 없는 사람들의 마음은 항상 공허한가 보다. 쉬는 시간 틈틈이 휴대폰으로는 저 멀리 어딘가 숨 쉴 공간들을 찾는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해 어묵 하나를 베어 물었다. 맛은 그냥 내가 알던 그 맛.
국물 한 컵을 다 마시고 나니 방금 전까지의 지옥철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조금은 날아간 것 같다.
이곳의 사람들은 저마다 여유를 찾는 각자의 방법을 어쩌면 터득하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어묵 하나의 여유 같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