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둥이의 지구여행
세계여행을 마음먹고 시작한 지 이제 1년이 되었다.
사실상 여기저기 돌아보며 '여행'이라고 할 만한 돌아다님은 6개월 정도였지만, 마음가짐은 평생 계속해서 '세계여행'을 하려는 마음이다.
여행을 하며 거의 매일 일기를 썼다. 일기들을 다시 읽어보면 초반 몇 개월은 우울함과 불안함 같은 감정들이 많이 읽힌다. 중후반부터의 일기는 여유와 안정을 찾고 행복해하는 내 모습들이 그래프처럼 그려진다.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나는 내가 떠나는 여행에 대해서 계속해서 이유와 목적을 찾고자 했다.
'갔다 와서는 뭐하지? 여행을 하면서는 어떤 결과를 얻어갈 수 있을까?'
여행 초반까지도 나를 압박했던 묵직한 질문들은 여행을 하면서 가볍게 털어내 지기 시작했다. 진정으로 마음에 평화와 안정을 얻게 된 순간, 이런 질문들은 나에게 큰 가치가 있는 질문이 아니게 되었다.
몸은 속해있던 사회 속에서 물리적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나는 한국 sns와 뉴스를 보며 그 속에 속해 있었다. 매일 터지는 불안함을 유발하는 뉴스들을 보며 그 조용하고 평화로운 타국에서 불안하고 분노해했고, 끊임없이 괴로움을 느꼈다.
울렁이는 마음을 다잡으려 떠난 여행이었지만 계속해서 이런 환경에 스스로를 노출시키고 싶지 않았다.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사상과 생각들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마음먹었던 한 문장 '지금 이 순간에 있기'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지금 이 순간에 있으려고 떠난 여행이었지만 나는 자주 그 순간에 없었다. 샤워를 하면서는 이전의 부끄러운 과거들이 떠올랐고, 밥을 먹을 때는 다음에 뭘 할지 생각했다.
명상과 멍 때림을 자주 하며 천천히 '지금 이 순간에 있기' 연습을 했다. 내가 생각하는 대부분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이었고, 그 깨달음은 나를 많이 바꿔놓았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을 많이 벗어던지자 마음속에는 평화와 따뜻한 안정만 남게 되었고, 그 여유로운 공간에 새로운 사랑이 찾아와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나 자신을 온전히 있는 그대로 보는 것. 말처럼 쉬운 게 아닌 것을 깨달았다.
그러려면 내가 평생을 속해있던 사회에서 살짝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경험들을 통해 색다른 나의 모습들을 보게 되었을 때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가 분명해진다.
나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면 내 안의 모든 상처들과 직면하게 될 용기를 얻는다. 상처들과 직면하게 되면서 그동안 써왔던 아주 얇은 가면들조차 모두 벗어던지고 싶어 진다. 상처들로부터 상처를 얻을까 봐 본심을 숨기고 써왔던 가면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나는 자주 운다. 자주 아프다. 그 때문에 아픈 게 아니라 그 덕분에 나의 진정한 본모습이 자꾸 드러나 그동안 써왔던 가면들을 벗기고 내 안의 상처들을 직면하게 돼서 자주 아프다.
그런데 동시에 힐링이 된다. 그런 나를 안아주는 사람이 나와 그, 둘이나 되니 치료가 된다. 꽁꽁 얼려왔던 마음이 녹아짐에 눈물이 흘러나온다.
사람들은 어릴 때 받은 상처들로 인해 커서도 관계를 맺으면서 계속 아파한다. 그래서 가면을 써 자신을 보호하기도 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게 될 때 자신의 세계가 깨지는 것을 경험할 때 그 상처들로부터 비로소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선택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상처를 줬던 가해자에게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힘,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성숙한 당당함이 비로소 생긴다. 대부분 사람들이 어릴 때 상처로 인해 아직까지 고통받는 이유는 어릴 때는 대적할 힘이 없기 때문이다. 대화를 하지 못해 대부분 폭력적 행위와 어른이라는 이유로 가지는 권위들에 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아이는 자라면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면을 쓰게 되고 몸만 자라는 어른 아이가 된다. 사실 우리는 모두 상처 받은 존재들이다. 어릴 때 받은 상처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그날까지 나와 다른 이의 인생을 응원하고 싶다.
진짜 나를 사랑하는 법에 대해 스스로가 느낀 팁을 말하자면,
1. 일단 떠나본다.
- 일상에서 벗어나 본다.
2. 하고 싶은 것을 해본다.
- 버킷리스트를 하나하나 지워나간다.
3. 걱정이 올라올 땐 모든 sns와 인터넷을 차단하고 현재 있는 공간과 환경에 몸을 맡긴다.
- 새소리와 바람 부는 소리를 가만히 들어본다.
4. 욕구가 올라올 때 해본다.
-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잔다.
5. 하고 싶지 않을 때 하지 말아 본다.
- 친절하게 대하고 싶지 않을 때 억지로 친절하게 행동하지 않는다.
- 마시고 싶지 않는데 분위기에 이끌려 억지로 마시지 않아 본다.
6. 좋아하는 것을 보고 듣고 먹고 경험해본다.
- 좋아하는 음식을 먹어본다.
- 좋아하는 풍경과 영화 사람을 본다.
- 좋아하는 행동을 해본다.
7. 싫어하는 것을 보지 않고 듣지 않고 먹지 않는 경험을 해본다.
- 싫어하는 사람, 싫어하는 행동을 보고 하지 않는다.
8. 과거에 받은 상처들로 인해 감정이 올라올 때면 그대로 받아내 본다.
- 눈물이 나오면 울고, 우울해지면 우울의 늪에 빠져보고, 화가 나면 화를 내 본다.
9. 내 외모와 내 몸, 내 마음, 내 가치관, 내 생각, 내 환경들을 모두 '좋다' '고맙다'라고 말해본다.
- 내 몸과 내 마음은 언제나 옳다.
10. 지금 있는 순간과 환경에 대해 감사함과 소중함을 느낀다.
- 이렇게 잘 살아와준 나 자신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고 소중함을 느낀다.
11. 누구보다도 강렬하게 스스로의 인생을 응원한다.
- 앞으로의 나날들을 살아갈 나 자신에게 파이팅을 외친다.
여행 1년 차, 스스로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 지금에 너무 감사하고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