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Ep.6 세상에서 제일 좋은 친구가 있잖아

쌍둥이가 쌍둥이를 만난 이야기

by 라온제나


수많은 쌍둥이들 중 유독 한 쌍둥이들과 계속 자주 만나게 되었는데 바로 미국 쌍둥이였다.

우리에게 대충 찍은 셀카로 위안을 줬던 그 미국 쌍둥이들은 옷도 색깔이 다른 옷을 입었다.

수많은 쌍둥이 축제 스케줄 중에서 몇 번 우연히 자리가 겹쳐 앉았다.

동갑인 데다 서로 유창하지 않은 중국어로 서로 대화를 하다 보니 금세 친해지게 되었다.

축제가 끝나고 미국 쌍둥이들이 공부하고 있는 대학교도 같이 둘러보고 청강도 하고, 같이 밥도 먹고, 함께 산책하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길을 걸을 때면 형은 언니와, 동생은 나와 길을 걷고 있었다.

너무 자연스럽게 그렇게 걷고 대화하고 있어서 우리 넷은 서로가 신기해했다.

친해지면서 우린 함께 말레이시아 여행도 했다.


말레이시아에서 5일을 함께 여행했는데, 이때 더 많이 친해졌다.

새벽 비행기를 타고 페낭에 도착해 아침부터 땀을 뻘뻘 흘리며 숙소 앞에 도착했는데 문이 아직 안 열려 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언니가 동생 제프의 표정을 보더니 갑자기 빵 터졌다.

다들 의아해하자, "저 표정 내가 여행하면서 수정이한테서 맨날 보던 표정이잖아!"라고 했다.

동생 제프도 나처럼 힘들면 힘든 표정이 다 드러났다..

언니는 제프의 표정을 보는 순간 '세상에 저런 인간 하나 더 있구나'하며 나를 더 이해했다고 한다.

반면 힘들어도 티가 안 나고 자기가 힘든 줄도 모르는 언니가 형인 매트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미둥이에게 "너네는 안 싸워?" 물었을 때,

"우린 안 싸워, 세상에서 제일 좋은 친구인데 왜 싸워?"라는 대답을 들었다.

우리는 여행한 지 3개월 만에 우리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는 왜 매일 그렇게 깊게 싸웠을까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소중한 사이인데 말이야

미둥이들과 함께 있으면 신기하게도 언니와 나는 싸우지 않았다.
서로를 배려하고 사이좋게 다니는 미둥이 들을 보며 우리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되었다.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었고 더 애틋하게 여기게 되었다.

그들과 함께 있으니 너무 편하고 좋았다.

미국인 친구들은 처음인 데다 이성친구가 거의 없는 우리에게 더욱 신기한 인연이었다.


엄마한테도 "엄마 우리 미국 쌍둥이를 만났는데 얘네 너무 편해 소꿉친구 상준이처럼 엄청 편하고 착한 아이들이야"라고 했다. 엄마는 우리가 보내준 사진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얘네랑 동시 결혼식을 하게 된다면..?'하고 상상했다고 한다.

이후 미둥이 들은 곧 미국으로 돌아가야 했고, 우리는 뉴질랜드로 갔다.

약 2달 정도를 떨어져 있다가 미둥이들이 우리에게 미국으로 놀러 오라고 했다.

몇 개월 후면 미둥이들이 다시 중국으로 돌아오고 미국은 또 언제 갈지 모르니 지금 미둥이들이 있을 때 놀러 오면 함께 여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거였다.


하지만 미국은 너무 멀었고, 우리 여행 중에 계획에 없던 나라여서 한참을 망설였다.

이때 언니가 나를 설득했다. 왠지 직감이 저기 가야 할 것 같다고.

“난 지금 얘네 안 만나면 평생을 후회할 것 같아”

돈과 시간 때문에 망설이기도 했지만 나는 결국 언니의 직감에 따르기로 했다.

어차피 우리는 계획 없는 여행자였기 때문이다.




Screenshot 2022-10-22 095446.png


keyword
이전 06화Ep.5 여기도 쌍둥이, 저기도 쌍둥이, 국제 쌍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