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가 쌍둥이를 만난 이야기
미둥이 들은 워싱턴주 시애틀 부근에 살았다. 부근이라 해도 시애틀에서 차로 5-7시간을 가야 나오는 작은 마을이었다. 미둥이 들을 알기 전까지 내 인생에서 미국 방문은 1도 계획에 없었고 꿈도 아니었다.
미국은 내게 그리 로망을 주는 국가는 아니었다.
워싱턴주라고 해서 수도에서 온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워싱턴 D.C와 다른 주(state)의 이름이었다.
미둥이 들은 우리를 위해 캠핑 계획도 짜 왔고 우리는 워싱턴주의 레이니어 국립공원도 갔다.
얘네가 사는 작은 도시들을 소박하게 걸었고 어머니와 여동생을 만나 같이 밥을 먹기도 했다.
함께 여행을 하며 우리 넷의 마음속에는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한 마음이 커져갔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오래 마음을 닫고 살았던 내가 완전히 마음을 열지 못해 계속 회피를 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제프에게 호감이 있었고 그 마음이 커졌고 제프가 나를 보는 시선에서 그의 호감도 충분히 느꼈다. 어느 날 평소보다 일찍 만남을 끝내고 나와 언니는 숙소로 돌아왔다.
내가 빨리 숙소로 돌아가 예능프로를 보고 싶다고 했다.
미둥이 들은 헤어짐을 너무 아쉬워하며 갔고 언니는 나를 보며 산책을 하자고 했다.
우리는 밤길을 산책하며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언니가 먼저 돌직구로 말했다. "나 사실 매트한테 관심 있어 너는?”
언니의 돌직구에 내 오랜 방어막은 깨져버렸다.
남자에 대해 마음을 열지 않던 오래되고 굳어진 내 마음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도 사실 제프한테 관심 있어”
쌍둥이 자매지만 우리가 서로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내 대답을 듣고 언니가 “그럼 우리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해보자”라고 했다.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회피보다는 직면이 사실 더 빠른 치유효과가 있다.
다음날부터 나는 조금 더 마음을 열고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우리는 처음으로 미둥이에게 운전을 배웠고 제프는 나를, 매트는 언니를 친절하게 따뜻하게 가르쳐줬다.
함께 숲 속 캠핑을 갔던 날이었다. 우리는 바다 캠핑만 익숙해서 숲 속 캠핑은 처음이었다.
불빛이 하나도 없는 깜깜한 밤이 돼서 캠프파이어를 했다.
모닥불 앞에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아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밤하늘에 별을 보고 불멍을 때리며 놀기도 했다.
아마 이때쯤 서로의 마음의 불씨는 더 커지고 있었으리라.
밤이 되어 조금 더 쌀쌀해져 우리는 텐트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각자 텐트로 들어가자니 왠지 조금 더 아쉬운 기분이었다.
그래서 좀 더 큰 미둥이 텐트에 들어가 넷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아주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서로 이런저런 농담을 하며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불쑥 물었다.
“너네는 살면서 언제가 가장 설렜어?”
제프와 나와 언니는 어떤 한순간들을 말했고,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왜냐면 마지막에 매트가 조용히 한 말이 너무 강력해서 그것만 기억하기 때문이다.
매트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지금”이라고 말했다.
우리 넷 다 잠시 정적, 그리고 심장소리가 텐트 밖으로 울리는 것 같았다.
얼굴이 빨개진 것이 안 보여서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