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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 여기도 쌍둥이, 저기도 쌍둥이, 국제 쌍둥이

쌍둥이가 쌍둥이를 만난 이야기

by 라온제나


중국 윈난성의 쿤밍이라는 도시에서 우연히 차 시장에 들렀을 때였다.

한 중국인 아저씨가 “너네 쌍둥이면 이 근처에서 열리는 쌍둥이 축제에 참가해봐”라고 하셨다.

처음 듣고는 "엥 그런 게 있어? 와 진짜 신기하다" 이 정도 반응이었다.

‘1년에 한 번 있는 축제인데 그 장소가 여기서 멀지 않다, 또 기간이 마침 1주일쯤 뒤다’라는 소리를 들으니 궁금해졌다. 그런데 이렇게 늦게 참여 신청을 해도 되나 생각했지만 우리는 일단 해보자 마인드로 신청을 했다. 사실 신청하고 별 생각이 없었다. 어느 날 쌍둥이 축제 담당 직원이 전화가 왔다.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받아봤는데 담당 직원 왈, "한국 국적은 당신들이 유일해요, 게다가 쌍둥이들은 vip대접을 받아요. 3일간의 숙박 음식 교통 다 제공됩니다.

” 배낭여행자들에게 3일간의 숙식제공은 얼마나 큰 매력인가.

머릿속으로 살짝만 계산해봐도 우리 여행비가 굳겠다 싶어 바로 가겠다고 했다.


담당자가 보내준 참여 국제 쌍둥이 명단의 사진을 봤는데 온갖 국적의 쌍둥이들의 화보들이 있었다.

다들 유명한 쌍둥이들 같았다. 그 수많은 멋진 쌍둥이들 가운데 우리 사진만 휴대폰으로 대충 찍은 사진 같아 좀 자신감이 내려갔다. 하지만 우리 말고도 유일하게 휴대폰으로 대충 찍은 셀카를 올린 강적이 있었으니 바로 강대국 미국에서 온 쌍둥이들이었다. 수염이 덥수룩하게 정말 대충 찍은 셀카를 수많은 화보 가운데 보게 되니 우리는 웃으며 "와 이 강대국 미국도 이렇게 오는데 우리는 이 정도면 양반이네" 하며 위안을 얻었다.


사진 속 쌍둥이들은 모두 같은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똑같은 옷을 찾기 위해 쿤밍 시내를 뒤졌다. 처음에는 한복을 구해보려 했으나 쉽지 않아 그냥 똑같은 옷을 샀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5시간 정도 가서 ‘묵강’이라는 작은 도시에 도착했다.


쌍둥이 축제가 이 도시에서 개최되는 이유는 바로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지정한 쌍둥이 도시이기 때문이다. 묵강에서는 수많은 쌍둥이들이 모여 살고 있으며 세계에서도 쌍둥이 출산율이 가장 높은 도시라고 한다. 왜 쌍둥이가 많은지 과학적으로 입증된 적은 없지만 이곳의 쌍둥이 우물에서 물을 마시면 쌍둥이가 자주 임신된다는 전설이 있다. 쌍둥이 축제 때 이곳은 전 세계, 중국 각지에서 모인 1000여 쌍의 쌍둥이들로 성황을 이룬다. 축제가 개최되는 3일 동안 우리는 많은 쌍둥이들과 친분을 맺게 되었다.


많은 쌍둥이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가수 쌍둥이, 개그맨 쌍둥이, MC쌍둥이, 댄서 쌍둥이, 모델 쌍둥이 등 수많은 쌍둥이들의 직업이 같았다. 평범한 직업조차 같은 쌍둥이들도 많았다.

같은 은행에 다니고, 같은 회사에 다니는 쌍둥이들을 보며 우리는 그들이 조금 신기하게 느껴졌다.

서로 떨어지려 했던 우리는 여러 쌍둥이들을 만나며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었다. '우리는 왜 그토록 떨어지려 했던 걸까? 저렇게 함께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은데.'

여기도 쌍둥이, 저기도 쌍둥이인 신기한 풍경 속에서 많은 쌍둥이들이 ‘함께 있을 때 더 빛이 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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