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가 쌍둥이를 만난 이야기
20대 중반,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은 이미 했다. 하지만 언니로부터 독립했을까?
나에게는 쌍둥이 언니로부터 독립이 부모님으로부터의 독립보다 어렵고 힘들게 느껴졌다.
그건 마치 내 일부를 포기하는 느낌이랄까 당연한 내 신체 일부가 없다고 상상하는 느낌이랄까.
어릴 때부터 주변 사람들로부터, 가족들로부터, 사회로부터 들어온 말은 "언제까지 같이 살 거야? 나중에 결혼하면 어떻게 살려고 그래?" 정확히 이런 멘트는 아니었을 수 있지만, 어쨌든 둘이 평생을 살게 아니라면 언젠간 떨어져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스스로도 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너무 하기 싫고 불편하지만 꼭 해야 하는 인생의 임무라고
그래서 정말 큰 마음먹고 혼자서 세계여행을 결심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러자니 너무 두려워 우선 혼자서 제주도 여행을 일주일 해보기로 했다. 언니가 없이 혼자 한 여행은 외롭기도 하고 좋기도 했다. 자유로웠고 나라는 사람을 더 깊이 마주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잠을 잘 못 자고 마음이 왠지 허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혼자 여행했기 때문에 혼자 여행 온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제주여행을 계기로 조금 더 용기를 얻었다. 집으로 돌아와 당장 1주일 후 떠나는 세계여행의 준비를 차차하고 있는데, 신문에서 제주 게스트하우스 20대 여성 살인사건 소식을 알려주었다.
떠나기 전 생생한 정보를 들어서 그런지 언니와 나는 너무 걱정이 됐다.
언니는 대만으로, 나는 칭다오로 들어가는 비행기 표를 이미 끊어 놓은 상황이었다.
부모님의 걱정도 더해지고 담이 크지 않았던 우리는 태국에서 만나기로 했다. 태국에서 잠시 만나 같이 여행하고 다시 떨어지자 말했다.
하지만 언니와 나는 따로 세계 곳곳을 누비려 했지만 우리의 운명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
내가 언니에게서 떠나려 했던 이유는 ‘독립하기 위해서’였다.
태어나서부터 항상 함께 자라와서 나는 혼자서 뭘 하기에 겁이 많은 사람이 된 채 자란 것 같다.
우리 세 자매는 비교적 독립적으로 자라왔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혼자서 있으면 잘 못 하는 게 많았다.
학교도, 학원도, 회사도, 어학연수도 모두 함께 했던 언니와 각자의 길을 가려했건만, 일란성쌍둥이의 운명은 비슷한 걸까 우리는 정말 떨어질 수 있을까.